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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첨단 구축함 첫 도쿄 입항 … 중·일 신데탕트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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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 미사일 구축함 ‘선전’호를 이끌고 일본을 방문한 샤오신녠 함장(右)이 일본 자위대 호위함 ‘이카즈치’의 야마자키 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과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서로에 다가가고 있다. 정치.외교는 물론 군사.경제.달 탐사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러브콜'을 주고받으며 밀착하고 있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와 동중국해 유전 개발권을 둘러싸고 으르렁거리던 것은 잊어 버렸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27일 기자들에게 중.일 관계의 급진전과 관련, "이미 봄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봄은 가능한 한 길게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양국은 1972년 일.중 국교 정상화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신데탕트 시대'를 열 가능성이 크다. 이들 대국의 갑작스러운 밀월에 한국은 외교적으로 '샌드위치' 처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군함 일본 첫 입항=28일 오전 9시쯤 도쿄(東京)의 하루미(晴海)부두는 안개로 앞을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그 사이로 안개를 밀어내며 미사일을 장착한 중국 해군 난하이(南海)함대 소속의 구축함 선전(深?)호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냈다.

중국이 자랑하는 최신예 전투형 구축함이 일 해상자위대 호위함의 선도를 받으며 부두에 접안했다. 해상자위대 참모총장(4성 장군)을 비롯한 일본 측 고위 간부들이 열렬하게 환영했다.

중국 군함이 일본에 입항한 것은 신해혁명(1911년)으로 청나라가 멸망한 뒤 내전에 휩싸여 있던 1934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 시절 이후 73년 만이다.

군함의 문이 열리자 중국 해군은 일 방위성 간부들에게 군함 내부를 공개했다. 일본 자위대가 중국 군함에 승선하는 것도 자위대 창설은 물론 종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측 지휘관들은 다음달 1일까지 이곳에 정박하면서 도쿄의 방위성과 주일 미군이 배치된 요코하마(橫濱)의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 방위성은 미군과 일본의 첨단 해군 시설을 중국 해군에 최대한 공개하고 군사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대립 끝에 화해와 교류=일.중 양국은 1일부터 '고위급 경제전략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일본 측은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을 단장으로 6명의 핵심 경제 각료가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경제 협력 전반에 걸쳐 전략적 제휴와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투자 확대와 기술 이전, 무역 장벽 해소는 물론 환경보호 문제까지 서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논의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이후 7년째 격화된 양국 간 대립을 피하고 '전략적 호혜 파트너십'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불신과 대립이 더 격화되기 전에 서로에 도움이 되는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상층부의 사전 정지 작업도 성과를 거두었다. 자민당 대표단은 23일 베이징을 방문해 일.중 여당 교류협의회를 열고 중국의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치국 상임위원과 상견례를 했다. 양측은 서로 "(일.중 협력을 위해서는) 정치인 레벨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마음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르면 다음 달 방중을 계획하고 있다.

가까워지는 중국과 일본

■ 군사 : 11월 28일

-중국 군함 1934년 이후 첫 일본 입항

-중국 해군 간부들, 요코스카 기지 방문

■ 정치 : 11월 23일

-베이징에서 중.일 여당교류협의회 개최

-자민당 정조회장, 시진핑 상무위원 상견례

■ 경제 : 12월 1일

-베이징에서 고위급 경제전략회의 개최

-투자.무역.환경보호 등 경제 전반 협력

■ 외교 : 2007~2008년

-올 연말~내년 1월 후쿠다 총리 방중

-내년 4~5월 후진타오 주석 일본 방문

도쿄= 김동호 특파원

◆데탕트=원래 프랑스어로 완화.휴식(dtente)이란 의미에서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 .서 진영 간의 긴장완화를 의미한다. 미국 대통령 리처드 M 닉슨이 72년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방문함으로써 냉전이 해소되고, 첫 데탕트가 실현됐다. 이후 국제사회는 국익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냉전과 화해를 거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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