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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김장훈의 '기부 바이러스' 퍼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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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부 천사’ 가수 김장훈(42·사진). 그가 지금 살고 있는 보증금 5000만원의 월세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얘기다.

그가 이사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어르신을 위해 잔치를 열어드린 것이었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 어른들은 내 부모님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맛있는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었다는 게 그 이유다. 김씨는 이 사실을 한 번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선행에 대해 늘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겸연쩍어 한다. 하지만 이사 올 때 옆집에 떡 돌리는 일도 흔치 않은 요즘, 이웃에 대한 정과 효심이 어우러진 김씨의 경로잔치 얘기는 우리를 따뜻하게 한다.

그가 9년간 30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도 자신이 자랑한 게 아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그의 기부 내역을 따져본 결과 밝혀진 것이다. 그의 ‘미리 쓰는 가계부’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기부·공연 등에 쓸 금액을 몇 달 단위로 미리 가계부에 적어 놓고, 그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생활한다. 여윳돈으로 기부하는 게 아니라, 주거비나 식비처럼 기부가 생활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의 주변 관계자는 “김씨는 기부 욕구가 워낙 강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 빚을 내 기부하려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약 여자 친구가 경제적 이유로 기부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하면, 나는 하기 싫은 일을 두 배로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기부를 하기 시작한 게 1998년이니, 올해로 딱 10년을 맞았다. 그는 그간의 선행을 인정받아 얼마 전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그는 상금 5000만원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자신의 선행을 ‘기부 중독’이 아닌 ‘행복 중독’이라 표현한다. “기부를 하면 자유로워지고, 음악도 맑아진다. 그래서 더욱 사랑받고 돈을 더 많이 벌게 돼,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다”며 기부의 선순환을 설파한다.

그가 몸담고 있는 가요계는 대중문화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간으로 꼽힌다. 음반시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가수가 그나마 돈을 만질 수 있는 것은 공연뿐이다. 하루에 두세 시간 새우잠 자고, 지방공연을 다니며 ‘쌔 빠지게’ 번 돈을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다. 그렇기에 그의 기부는 더욱 의미가 크다.

“부·명예·인기는 채울수록 마음이 작아지는데, 기부는 할수록 마음이 그득히 채워진다”는 그의 기부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에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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