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2세 건강 심상치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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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74)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평소 계율처럼 지켜오던 관행을 거르거나 생략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전세계 9억6천만 가톨릭 교도들의 걱정스런 눈길이 교황의용태에 쏠리고 있다.지난 22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거행된 특별미사는 교황의 불참속에 진행됐다.매년 이때쯤 거행되는이 미사는 바티칸내 교육기관의 개학을 기념하는 자리로 지금까지교황은 한번도 이 미사 집전을 거른 일이 없었다.
지난 9월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를 방문했을 때는「親口」를생략했다.
교황은 어느곳에 가든 도착한 땅에 입을 맞추는 의식으로 방문을 시작했지만 이 날은 크로아티아 흙이 담긴 그릇에 입을 대는것으로 대신했다.허리를 구부리기가 힘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쇠약하고 창백한 모습의 교황은 방 문기간 내내 지팡이나 수행원의 부축에 의존했다.
최근 2년사이에만 교황은 세번이나 발을 헛디뎌 골절상을 입었다.작년 1월과 11월에는 팔과 어깨관절을 다쳤고 올4월에는 욕조에서 실족,우측 대퇴골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그 여파로 대퇴골 상단부를 금속핀으로 교정하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지난 78년 폴란드 카라코프 대주교에서 5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제264대 교황으로 추대된 요한 바오로 2세는 올봄의 대퇴골 수술을 포함해 모두 세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지난 81년 터키출신 암살범 알리 아그차의 저격으로 수술을 받은데 이어 지난 92년에는 소장(小腸)질환으로 종양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건강과 관련해 교황의 거취에 초점을 맞춘 루머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지난 92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건강상의 이유로교황이 75세가 되는 95년 은퇴를 고려중이라고 보도,바티칸측의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달 크로아티 아 방문기간중에는 아예 서거했다는 루머까지 잠시 떠돌았다.
非이탈리아 인으로 4백55년만에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2세가 서거할 경우 교황청은 15일안에 콘클라베(교황추대회의)를 열어 후임교황을 선출해야 한다.그의 후임으로는 카를로 마르티니(67),가밀로 루이니(63),지아코모 비피 (66)등 이탈리아인 추기경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제3세계 교회를 대표해 나이지리아의 프란시스 아린즈(62)추기경도 거론되고 있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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