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소년' 장길수, 뒤늦게 고교 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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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종이학을 접는 탈북소년' 장길수(20)씨가 한국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을 치렀다.

13일 오전 서울 궁동 서서울정보산업고에서 열린 졸업식에는 장씨와 심영일(22.가명).김상철(21.가명)씨 등 세 명의 탈북청년이 5백40여명의 졸업생들과 나란히 섰다.

장씨는 "잘 알고 있는 것이 북한 쪽이니까 이 분야를 공부해 남북한 모두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이것이 아직 북한에 살고 있는 부모와 친구.친척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고려대에 지원했지만 40명 가운데 한명만 선발해 아쉽게 탈락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남북청소년 통일교육진흥원 사무총장상'을 받은 장씨는 조만간 인천의 한 액정표시장치(LCD) 제조회사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담임을 맡았던 정무교(46)교사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길수의 학교생활이 쉽지 않았다"며 "길수가 취업의 길을 택했는데 한국 사회의 냉정함에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의 일가족 16명은 1997년 3월 외할머니(67)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북한을 탈출했다. 장씨는 99년 1월 가족들과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에서 공안의 눈을 피해 도피와 은신을 반복하던 장씨는 2000년 6월 아홉명의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 왔다. 장씨의 어머니는 중국에서 잡혀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등 가족 중 여섯명은 탈북에 실패했다. 당시 중국의 한 은신처에서 장씨 형제와 가족들이 종이학을 접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었다.

임장혁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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