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 KISS A BOOk] 자녀 ‘첫사랑 도전’ 어떻게 돕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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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이 입에서 사랑이란 단어만 나와도 도끼눈을 치뜨게 되는 엄마라면 클라우스 코르돈의 『유리병 편지』(비룡소)를 함께 읽으며 안도하시기 바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아직은 풋풋하고 순진한 아이가 더 많다. 불신하면 속게 되고, 단속하면 반발할 따름이다.

 마체와 리카도 그랬다. 이데올로기가 독일을 사로잡고 있던 시절, 동독과 서독에 나뉜 그들은 호기심으로 띄운 유리병 속의 편지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다. 베를린 장벽처럼 완고한 부모의 편견은 그들이 넘어야 할 첫째 장애물이었다. 반대? 몰이해? 그런 걸 겁낸다면 십대가 아니다. 조마조마 알콩달콩 편지와 전화로 서로에 대한 환상을 키워 가던 둘은 부모를 속이고 모험을 감행한다. 국경을 넘은 첫 만남! 사랑이란 단어는 동원되지 않았지만, 분명 그들은 서로에게 핑크빛 첫사랑으로 각인되리라.

 이 책은 마지막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프리즘으로만 이야기를 해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섬처럼 흩뿌려져 서로를 부르기에 너무 멀리 있고 서로를 보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창래의 소설 구절처럼 인간은 국경만큼이나 배타적인 방어선으로 도사린 채 서로를 만난다. 마체와 리카가 국경을 넘어 상대를 향해 성큼 다가선 것처럼 섬처럼 고립된 존재들끼리 경계선을 허무는 게 사랑이 아니던가.

 크리스티앙 그르니에의 『내 여자친구 이야기』 『내 남자친구 이야기』(사계절)에도 음악을 매개체로 단절과 환상을 거쳐 진정한 만남으로 승화되는 첫사랑이 나온다. 서로에 대해 절반씩 알고 있다면 그건 사랑일까, 환각일까. 두 권에 나뉜 이야기가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로 완성되는 과정은 바로 두 영혼이 하나의 사랑으로 결속되는 과정과 흡사하다. “우리는 그 길, 따로 걸어왔지만 결국은 만나게 되는 길을 다시 함께 걸어 나갔다.” 사랑을 이보다 멋진 말로 상징할 순 없으리라. 사랑의 달콤함에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까지 덤으로 얹어 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대상 연령은 이제나 저제나 고개를 빼고 첫사랑을 꿈꾸는 13세 이상의 소년소녀와 어차피 맞을 매(?)를 관용으로 맞아야 할 엄마들.

 임사라<동화작가> romans8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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