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예로운 파병되게 준비 만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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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가 마침내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전후 이라크 복구와 안정을 위해 동맹국 한국에 파병을 요청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파병은 3천6백여명 규모로 월남전 참전 후 최대며, 이라크 파병국 중 영국군에 이어 둘째다.

이로써 한국은 전후 이라크 재건과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냉전종식 후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의 핵심적 이해지역에 대한 파병을 통해 세계 12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책임과 권리를 동시에 행사하고 이행하는 국가라는 평판도 얻게 됐다.

여기다 과거 우리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피를 흘려 도와준 동맹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신의를 지키는 국가라는 이미지도 고양시킬 수 있게 됐다. 비록 이번 파병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처리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다. 이로써 그동안 한.미관계의 주요 난제 중 하나가 정리됐으며 한.미동맹의 새로운 질적인 도약도 가능케 됐다.

물론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파병을 앞두고 아랍 및 이슬람권의 오해를 불식하는 데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물론이고 국정홍보처.외교부 등 관련부처의 적극적이고도 창의적인 선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파병장병들과 현지 주민들 간의 문화적 마찰 등을 줄이기 위한 철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군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또한 파병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경제적 실리도 같이 이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군은 그동안 동티모르 등지에서 주민들과 친화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평화유지.재건작업을 성공리에 마쳐 좋은 평판을 얻어왔다. 아무쪼록 이번 이라크 파병도 성공적으로 끝나 앞으로 건설될 자유 이라크와 국제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국력도 신장시킬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