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안테나' 왕자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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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루이(王家瑞.58.사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서울에서 한국의 대선 판도를 탐색하고 있다. 대외연락부장은 다른 나라 정당과의 교류를 담당하는 직책이다.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왕 부장은 도착하자마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만났다. 5명의 수행원(통역 포함)을 이끌고서다.

방한 이튿날인 26일에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을 면담하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왕 부장은 노 대통령에게 "중요한 때 한국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일정이 충실하게 잘 짜여 오랜 정당 지도자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 과정에서 왕 부장이 고비를 풀어줘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뒤이어 그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잇따라 만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오찬도 함께했다.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왕 부장은 대선후보들과의 만남에서 12월 대선 이후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보에 대해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10년간 계속된 한국의 친중국 분위기를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하기 위한 의도 같다"고 분석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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