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듬직한 대통령 돼 반듯한 나라 세울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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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6면

이회창 후보

무소속 이회창(72) 후보의 머릿속에는 ‘반듯한 대한민국’이 들어있다. 2002년 대선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불법 집단행동과 민생사범을 엄단하는 정부, 사법부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가 강화된 사회다.

오늘 대선 후보 등록 그들의 출사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던 지난 대선 때 ‘부패정권 심판’을 앞세우며 정권교체를 역설했던 이 후보는 이번엔 정권교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선택을 요구한다. 단순한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니라 어떤 지도자로 정권교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조하는 게 정직성을 갖춘 ‘듬직한 대통령’이다. 이혜연 대변인은 “보수의 제1 미덕은 도덕성”이라고 표현한다.

‘단기 필마’ 또는 ‘1인 캠프’라는 얘기까지 듣는 이 후보는 개인 경쟁력이 무기다. 대법관 두 번, 대통령 후보 두 번, 여당·야당 총재, 감사원장·총리를 지낸 경력을 누가 따라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혈혈단신의 처지도 장점으로 앞세운다.

이 후보는 “(과거 대선 때)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옆에 데리고 전국을 다니며 일종의 왕 행렬 같은 모습이었다고 자괴를 느꼈다”며 “지금 나에겐 눈도장 찍고자 몰리는 사람도 없이 단출해 어떤 마음의 빚도 없이 깨끗하고 유능한 인재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수성과 서민성을 강조하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지난 대선 출정식에서 자신을 ‘중도개혁세력’으로 규정했던 그는 이번엔 헌정회·향군회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래떡을 만들고 서민들과 접촉을 늘리면서 계란 세례도 받았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지난 대선 때는 이 후보 지방 순회 도중 말썽이 생기자 선대위에서 ‘일정 짠 사람이 누구냐’며 서슬이 퍼랬는데 계란을 맞고도 ‘마사지했다’고 농담을 하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비판한다. 출마의 명분도 거기서 찾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안해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분리 전략으로 보인다. 자신이 만든 당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언젠가 만나 뜻을 같이할 것” “(집권하면) 한나라당의 유능한 인재도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후보는 참모들에게도 한나라당 공격을 자제하라는 취지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출마한 것이 그가 강조해온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한나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출마의 변으로 밝힌 ‘살신성인의 결단’이 중도 포기로 해석돼 완주 여부를 끊임없이 체크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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