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29> 최경주처럼 체질개선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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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16면

겨울이다. 적지 않은 눈이 내려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골프장도 있다. 서울에 있는 친구는 전화 통화 중에 “얼마 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올 시즌도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제 언 그린 위에서 공이 통통 튀는 새벽 골프를 단념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낮 골프로 아쉬움을 달랠 때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얼어 샷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겨울에는 골프의 맛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워 필드로 나갈 수 있는 약속이 있고 마음에 맞는 동반자가 있으면 그깟 추위쯤이야, 또 샷의 결과쯤이야 무슨 대수랴.

이맘때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올 한 해 동안의 내 골프를 되돌아보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내 골프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 즉 드라이브샷 등 롱 게임은 좋은데 퍼팅 등 쇼트 게임이 문제일 수 있고, 정반대일 수도 있다.

클럽별로 샷의 결과를 조사해보면 그 윤곽이 금세 드러난다. 냉정하게 각 클럽별로 1~10까지의 점수를 매겨보면 어떤 클럽의 샷을 더 연마해야 할지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주말 골퍼들은 물론 우승을 다투는 투어프로는 아니다. 하지만 ‘탱크’ 최경주에게 그 답을 묻지 말라는 법은 없으리라.

지난 2000년 본격적으로 PGA투어에 뛰어들기 전의 최경주는 기업으로 치면 성장 가능한 ‘모범적인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8년여의 성장 과정과 올 시즌 현재 그가 일궈낸 결과를 보면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최경주는 2003년 ‘메이저대회 정복을 위한 3년 마스터플랜’을 밝혔다. 아직 메이저대회의 타이틀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올 한 해 잭 니클로스와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메이저급 대회에서 2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5위로 도약했다.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

최경주는 2003년 당시 기술적으로 상당한 변신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브 샷과 핀 근처로 굴리는 샷, 그리고 낮게 스핀을 주는 샷 등 쇼트 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PGA투어에서 살아남아 메이저대회를 정복하기 위한 무기는 쇼트 게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경주의 성장동력’이었다. 자신의 골프 체질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처했다는 뜻이다. 기업으로 치면 급변하는 시장 구조에 맞게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가. 최경주처럼 3년 마스터플랜은 아닐지라도 올 겨울 ‘3개월-내 골프의 체질 개선 플랜’을 세워보면 어떨까. 그 플랜이란 자신의 골프 체질을 파악한 뒤 ‘연습’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습에 무엇을 투자할 것인가. 이는 곧 ‘시간과 돈’을 의미한다.

최경주는 “혼자서 10시간을 연습할 수도 있지만 좋은 스윙보다는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 쉽다”고 조언했다. 때로는 교습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프로골퍼들이 스윙 코치를 따로 두는 것은 ‘더 좋은 스윙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보다는
‘현재의 스윙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브리즈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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