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고 7명과함께 희생 무학여고 이연수양 사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졸지에 8명의 학생을 잃은 무학여고는 22일에도 슬픔을 참지못한 학생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전교생과 교직원들은 이날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수업에 앞서 애도의 묵념을 올렸다.
8명의 빈책상에는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노트를 펼치던 모습대신 조화가 놓였다.사고당일인 21일 학교측은 오전7시40분쯤방송을 통해 소식을 듣고 곧바로 결석자 파악에 나서 등교하지 않은 20여명에 대해 집으로 전화 확인에 나섰 다.
교실과 복도에는 삼삼오오 모여 다른반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하는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오전내내 계속됐고,공중전화앞에는 집에 무사함을 알리려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11시쯤 김영의(金榮義.65)교장이 직접 교내방송을 통해『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으나 모두들 진정하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기 바란다』고 알렸다.그래도 학생들의 동요가 가라앉지 않고 학부모의 확인전화가 빗발치자 낮 12시50분쯤 수 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켰다.
이 가운데 2학년 이연수(李娟受.16)양의 아버지에게 보내는편지가 21일 오후 피묻은 책가방속에서 발견돼 주위의 눈시울을뜨겁게 했다.
『사랑하는 아빠 보세요…불효를 너무 많이 저질러 정말 후회스럽습니다.아빠가 저를 때리셨을 때 저보다 1백배,1천배나 더 마음 아파하실 아빠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사흘전 자신에게 사랑의 매를 들었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부모에 대한 깊은 사랑이 절절이 배어 있었다.
『아직 덜익은 열매지만 비바람과 천둥.번개.서리를 이겨낸 아주 멋진 열매로 아빠앞에 서겠습니다…부족한 저를 사랑해 주셔서감사합니다.』 딸에게 매를 든뒤 아버지가 먼저 보낸 아픔과 사랑의 편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저를 혼낸거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이런 기회가 없었다면아빠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제가 얼만큼 발전되어야 하는지 모르고 지날 수도 있었잖아요….』 그러나 李양은 편지를 전하지못한채 흐르는 강물위 한떨기 꽃잎이 돼 저세상으로 떠났다.
〈金寬鍾.金玄基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