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서구진출 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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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날레 출품을 계기로 북한 영화의 서구 진출이 본격화할 것입니다."

3대 세계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베를리날레)에 사상 처음으로 북한 영화가 상영되도록 산파역을 맡았던 주한 독일문화원(괴테인스티투트) 우베 슈멜터(59)원장은 10일 확신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출신인 슈멜터 원장은 서울 근무 4년째인 한국통이다.

2001년부터 북한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꾸준히 평양을 드나들었던 그는 "올해 그 동안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만족스러워 했다. 그 첫번째 결실이 이번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북한 영화 '푸른 주단 우(위)에서'를 독일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영화제 측은 북한이 추천한 10여편의 극영화 가운데 림창범 감독이 2001년 연출한 이 작품을 최종 상영작으로 결정했다. 내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해 매년 5월 1일 공연되는 대규모 집단 체조를 앞둔 철저한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북한 극영화들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오로지 선전선동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평양의 영화제작 수준은 서방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 북한은 조선영화 수출입공사 장원준 부총사장과 출연여배우.스태프 등 세명의 대표단을 파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슈멜터 원장은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라 올해 독일과 북한은 12부작 정도의 어린이용 만화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키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평양의 스튜디오에서 만화 영화가 완성되면 북한과 독일 양국의 TV방송에서 전파를 타게 될 예정이다.

그는 "북한이 이전에 금지했던 독일 도서의 열람을 허용하고 서구와의 문화 교류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등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북한 사람은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일을 시작할 때 저돌적으로 추진한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슈멜터 원장은 오는 6월 독일의 도서와 정보 자료를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평양에 정보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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