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이미지 줄 수만 있다면…" 정크푸드도 마다 않는 미국 대선 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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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정크 푸드도 마다하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는 23일 표심을 얻기 위해 미 전역을 누비고 있는 미국 대선 주자들의 고충을 소개했다. 서민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지역 특산 음식이나 대중적인 정크 푸드를 먹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몸매 관리는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은 평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아이오와주 박람회에 참석, 사진기자들 앞에서 캐러멜콘과 돼지고기, 핫도그 등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부인의 감시 아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공화당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저녁은 항상 가볍게 먹었던 줄리아니는 최근 수개월 동안 매일 밤 저녁식사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저녁에 고기 대신 생선만 먹을 정도로 영양관리에 철저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대중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밀크쉐이크를 주문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백악관 음식 메뉴의 칼로리와 지방을 체크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몇 주 전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기가 든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유세 도중 커다란 아이스크림 바를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힐러리 의원은 한 선거캠페인 행사에서 "체중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애교 섞인 연설을 해 박수를 받았다.

월터 셰이브 전 백악관 요리사는 대권 후보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보다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며 "만약 유권자가 주는 음식을 거부한다면 그 후보는 그들의 표를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식과 술은 식민지 시대부터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럼주와 맥주.시가를 유권자에게 나눠줬고,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음식을 나눠먹는 선거캠페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문제는 신체기준이 180도 변했다는 것이다. 19세기 후반까지 미국인은 풍채당당한 대통령을 선출했으나 지금은 날씬한 정치지도자를 선호한다. 운동으로 약 50㎏을 감량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유권자는 뚱뚱한 후보를 자기 절제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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