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떨어지는 부시 신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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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도대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 뭐가 문제가 생긴 거냐.'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커버 스토리로 제기한 의문이다.

타임과 CNN의 공동 여론조사에선 55%의 응답자가 '부시에 대한 신뢰에 의심이 간다'고 답했다.'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응답은 44%였다. 부시 대통령의 직무수행 만족도도 집권 후 최저인 50% 선이다.

뜻밖의 상황 전개다. 부시 대통령은 인간성.신뢰도의 측면에선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지지도가 역대 최고인 90%를 넘어서자 '부시는 불패(不敗)'라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자만이 독(毒)이 된 셈이다. 타임은 "부시의 참모들은 재선이 떼논 당상이라도 되는 듯 처신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 자신도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했다. 지난해 여름, FOX-TV와의 인터뷰에선 "신문의 비판이 거슬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난 신문을 안 읽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하고, 불법 이민자들의 합법화 방안도 공표했다. 항공모함 링컨호에 조종사 복장으로 전투기에서 내리는가 하면, 추수감사절 날 비밀리에 이라크를 방문해 플라스틱 칠면조를 들고 병사들에게 접대하는 듯한 흉내도 냈다. 대통령에게는 어느 정도의 '쇼'도 필요하지만 정책의 장기적인 비전과 실현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국민에게 순간적 만족감만을 주려는 태도는 결국 문제가 됐다.

타임은 "민주주의는 유권자들이 누굴,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하면 매우 위험해진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 지적이 더 절실한 건 미국보다 한국이 아닐까.

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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