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금융 양성화의 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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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검토중인 대금업(貸金業)법은 금융실명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금융권으로 들어오길 거부하는 자금에 대해 다시 한번 양성화(陽性化)의 기회를 주는데 뜻이 있다.아울러 이런 방침을 검토하게 된 것은 실명제가 지하자금을 제도 권으로 편입시키는데 있어 말처럼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도권 밖에서도는 돈이 많으면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금융풍토가 무질서해지는 개연성을 인정하고 뒤늦게나마 「숨는 돈」을 양성화시키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정부 구상은 대금업을 할 사람을 등록시키고 현행 이자(利子)제한을 완화해주는 한편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이다.바로이런 특혜(特惠)에 가까운 조치 때문에 작년의 대금업법 발상 초기에 반대여론이 일었다.그러나 이런 조치 없이 대금업의 양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이 제도 실시에 따르는 딜레마다.앞으로의여론 수렴과정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실명제가 의무화되지 않은 일본(日本)에선 「사라킨」으로 대표되는 대금업이 성업중에 있다.대금업을 통한 대출이 약 93조엔으로 은행대출금의 19.7%에 이른다.만약 우리의 사채규모가 비공식 추계대로 약 10조원에 이를 경우 7월현재 은행대출금 1백28조원의 7.8%에 이른다.이 비율만 보면 사채로 인한 교란요인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금업법 제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소기업이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대출절차가 까다롭다는,한마디로 은행 문턱이 높다는 고질적인 금융풍토를안고 있다.쉽게 돈을 얻어 쓸 수 있는 자금원이 옆에 있다면 바로 이용에 닿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대금업이 긍정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요즘 말썽이 잦은 사기성 대출업자들은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리대금업(高利貸金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려면 등록된 업자에 대한 감독규정이 강화돼야 하고, 그래도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는 자금에 대한 제재방안이 곁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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