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칼든 강도 격투끝에 붙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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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증인 살해범 김경록(金京錄)사건 이후 증언조차도 꺼리는 세태속에서 칼든 강도를 뒤쫓아가 격투 끝에 붙잡은 용감한 시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건축업을 하는 김영수(金永洙.32.서울중랑구면목7동)씨는 17일 오후9시40분쯤 서울 성북구삼선동에서 친구 3명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중『강도야』라는 여자의 다급한 외침소리를 들었다. 인근 다방의 여주인 李모씨를 칼로 위협,현금57만원이든 핸드백을 빼앗은 金모(35)씨가 막 골목길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金씨는 한달음에 뒤쫓아가 강도의 어깨를 붙잡아 쓰러뜨렸다. 기습을 당한 강도는 일어나 과도를 들이대며 위협했지만 유도2단.태권도3단인 金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격투를 벌이는 사이 동료들이 달려와 강도는 붙잡혔다.
金씨는 칼에 손등을 찔려 전치2주의 상처를 입었다.
『우리 어머니.여동생이 강도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세요.어떻게가만히 있겠습니까.시민들이 모두 모른 체 하면 강도들이 시민들을 우습게 보고 날뛸게 아니겠어요.』 공동체.시민의식등의 거창하고 추상적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설득력있는 金씨의「우리 가족론」이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도 10분이 지나서야 출동한 경찰은 金씨의병원 치료비를 대신 내준 친구 朴모(38)씨가『치료비만큼은 국가에서 보상해 줘야하지 않느냐』고 묻자『우리도 다치면 우리돈으로 치료받는다』며 외면해 상황을 지켜본 시민들에 게 야속한 뒷맛을 남겼다.
치료비는 다방주인 李모씨가 보상해줬다.
『너무 고맙습니다.앞으로의 치료비도 걱정하지마세요』라는 李씨의 말에 金씨는『다치지 않고 강도를 잡았어야 하는건데…』라며 오히려 미안해 했다.
아직 총각인 金씨는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미 때문에 이전에도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진정한 사나이를 알아보는 참한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크게 웃었다.
〈郭輔炫.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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