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먹는 것도 불안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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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라면 수프의 원료에서 맹독성 농약이 검출됐다는 보도에 뒤이어유명 백화점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을 팔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소비자들의 식품불안(食品不安)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먹는 음식만은 안전해야 한다는 다짐이 수시로 되풀이되건만 부정식품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한 소비자단체의 창구에는 매월 10여건씩의 고발사례가 접수되고 있다.이래서는 국민의 보건위생 수준도 향상될 수 없고,선진국이 될 수도없다. 부정 또는 불량식품을 근절하려면 식품 메이커와 유통(流通)과정,그리고 당국의 감시체계가 삼위일체가 돼 노력해야 한다.지금 정부가 구상중인 제조물책임보상법은 메이커에 거의 무한대(無限大)의 對소비자 피해보상을 규정하고 있다.식품류도 이 법정신에 비추어 보면 메이커의 책임이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른 상품과 달리 식품은 소비자의 위생은 물론,심하면 생명에도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산자의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 바로 낙후(落後)된 유통과정이다.출고당시에는 안전한 식품이 불량식품으로 변질되는 경우는 대부분 유통과정에서 일어난다.저장.보관설비가 제대로 안돼 있기 때문이다.일부 업자는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의 날짜를 변 조해 팔기도 한다.우리나라 유통구조 낙후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식품이 이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공급되므로 유통과정의 근대화(近代化)는 반드시 이뤄내야할 과제다.메이커는 보다 철저하게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의 수거에 힘써야 하 고,문제를 일으키는 유통업체에 대해선 공급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대책을 써야 한다.
식품안전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만큼 부정식품의 제조.유통을 감시하는 정부의 노력도 각별해야 할 수밖에 없다.이런 점에서 감사원이 이와 관련된 적발을 하고도 몇몇 기업을 명단발표에서 뺐다는 보도는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한다.이런 자세 로는 부정식품을 근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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