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 손발 묶어" 출총제 역차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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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와 금산분리 원칙도 국내 자본을 역차별하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경제전문가 208명에게 물어본 결과 출총제에 대해선 48.7%가, 금산분리에 대해선 28.6%가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을 역차별하는 제도라고 답했다.

출총제는 대기업집단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이에 따른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순자산의 25%로 묶은 제도다. 따라서 외국자본은 덩치에 관계없이 국내 기업의 인수에 나설 수 있는 반면 국내 대기업은 출총제에 발이 묶이고 있다는 게 역차별 주장이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4%(외국인과 금융전업 자본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 규정이다. 이에 대해서도 국내 자본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알토란 같은 은행들이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대기업집단의 기업 인수나 경영권 보호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외국자본과의 역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을 막고 경제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국내자본이 외국자본과 공정하게 경쟁해 금융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출총제와 금산분리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역차별 문제와 다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강대 박영석(경영학) 교수는 "이 제도들을 바꿔 역차별을 해소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폐지에 따른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총제와 금산분리 제도가 필요한지 여부로 따져야 할 문제지, 외국자본과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없앨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최도성 증권연구원장(서울대 교수)은 "대기업이 은행을 직접 소유하진 못하게 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참여하는 사모펀드(PEF)에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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