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서 친필 서명 요구한다면 … "안 해줄 이유 없다고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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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창당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메모판에 ‘정권교체 이명박’이라고 쓰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21일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친필 서명 제출 요구가 올 경우 "답변하라면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밤 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나와서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나경원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만약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친필 서명의 제출을 요구하면 응할 수 없다"고 당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은 김경준씨 측이 "이 후보가 BBK와 관련 있다"고 주장하는 이면 계약서의 진위를 가리는 열쇠가 될 수 있어 제출 여부는 정치권의 관심 사안이었다. 다음은 방송 토론회 주요 일문일답.

-한나라당에선 검찰이 이 후보의 친필 서명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답변하라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범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진위를) 확인시켜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나라당은 반대하는데,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인데 당에 지시해 보시라.

"지시는 안 하더라도 방송하면 (당에서) 잘 알아들을 것이다. 당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권력을 나누거나 조건이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사안들을 상의하겠다는 것이다. 둘이 권력을 나누는 계산적인 것이 아니다. "

-자리를 나눠 갖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거 아닙니다. 박 전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병역.납세.교육 등 국민의 의무가 있다. 이 후보는 군대를 안 갔고, 자녀 위장 취업과 위장전입에 대해 인정한 부분이 있다. 4대 의무를 제대로 이행 안 하지 않았나. 사과만 하고 넘어갈 일인가.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다. 제가 세금을 탈세할 목적으로 그렇게 (위장 취업) 한 것은 아니다. 제가 세금 참 많이 낸다. 서울시장 임기 4년 동안 봉급 한 달치도 안 받고 남 도운 적 있다. 세금 적게 내려는 게 아니었고 제 불찰이었다."

-BBK 논란과 관련,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주가조작에 가담했느냐, BBK가 내 회사냐 두 가지 문제다. 그 두 가지 문제는 법적으로 조사하면 간단하다. 밝혀지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에 대한 의견은.

"범죄 의혹이 있는데 검찰 스스로 조사를 못하면 특검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특검 절차를 밟아도 조사 착수는 대선 뒤에 가능하다. 대선 판도에 잘못 악용될 수 있다."

◆한나라 "서명 요구 응하지 않겠다"=나경원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범죄자가 위조한 서류에 있는 서명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야당의 대선 후보 서명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당은 그동안 수사에 적극 협조했지만 이 후보에 대한 직접 수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신용호.이종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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