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안되니 설계 바꿔 재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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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분양시장에 '신장개업'형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택업체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분양하려고 내놨지만 경기침체로 팔리지 않자 상품을 재구성한 뒤 다시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오래된 건물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분양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처음으로 분양하는 상품의 설계 등을 바꿔 재분양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장개업형 상품의 등장은 공급자 위주의 분양 행태가 침체된 분양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삼환기업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지을 아르띠에인 서울 오피스텔 사업을 접고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바꿔 재분양에 나서기로 했다. 이 오피스텔은 2백60실로 지난해 상반기 분양을 시작했으나 시행사와의 지분관계와 경기침체로 거의 분양하지 못했다.

삼환기업은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꾸미기 위해 내부 설계를 완전히 바꾸고 이름도 아르띠에 스위트로 바꿀 계획이다.

화성산업은 지난해 11월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서 분양한 화성파크드림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실적이 나쁘자 계약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아예 사업방향을 바꿨다. 종전 34, 54평형 1백가구를 분양했으나 이번에는 33평형 1백42가구만으로 꾸며 3월 중 분양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54평형이 너무 크다는 지적 때문에 실수요자가 많은 30평형대로 다시 내놓기로 했다"며 "마감재도 바꿔 분위기를 완전히 달리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 평형을 다시 구성해 내놓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서 일부 주택업체들이 장기 미분양된 대형 평형의 크기를 줄여 내놓은 이후 처음이다.

주택분양 전문업체인 풍화산업개발 장붕익 사장은 "기존 사업을 포기하고 상품을 재구성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면서도 "수요가 많은 상품을 내놓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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