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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주석복 입은 김정일 시종침묵-김일성 추도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7월20일 이후 88일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변고설을 낳아온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16일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김일성(金日成)사망 1백일을 맞아 16일 오후4시 평양 금수산의사당에서 10만명의 군중이 참가한 가운데 추도대회를 갖고 공식 애도기간을 마감했다.
검은 주석복을 입은 김정일은 1시간15분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장 주석단에 시종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김정일은 7월19일 장례식 때나 7월20일 추도대회 때보다는훨씬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화장을 많이 한듯 하얀 얼굴에 여위고 생기를 잃은 표정이었다.
행사장을 김일성광장이나 만수대언덕등이 아니라 금수산의사당으로하고 행사시간을 오후4시로 한 것등은 이례적인 것으로,아직 김정일이 활발한 활동을 할만큼 건강이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인상. 일본의 NHK는『마르기는 했어도 장례식 때보다는 얼굴색이 좋아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김정일은 이날 행사에서도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으며「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겸 인민군최고사령관」으로 호칭돼 아직 총비서와 국가주석 취임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당중앙위 비서인 김기남(金基南)이 추모사를 했는데 김정일을 『민족의 미래,민족의 운명』이라며 강력한 충성을 다짐했다.
김기남은 『김정일비서를 중심으로 군과 당,인민이 단결하자』고강조했고 인민군총참모장 최광(崔光)도 『주체사상의 완성을 위해김정일비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말했다.
***吳振宇는 다리 절어 ○…김정일 왼쪽에는 서열 2위인 인민무력부장 오진우(吳振宇),오른쪽에는 서열 3위인 정무원총리 강성산(姜成山)이 자리했고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金敬姬)경공업부장도 보였다.
또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날 행사 참석자들을 7월20일 추도대회 참석자 명단과 같은 순서대로 불러 지난 3개월간 권력구조에는 아무 변동이 없음을 확인했다.
오진우는 다리를 절며 젊은 군인의 부축을 받아 최근 각종 행사에 불참한 것이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심증을 굳혀줬다.
○…당 중앙위.당군사위.국방위.중앙인민위.정무원등 핵심기관에뒤이어 한총련(韓總聯)명의의 화환도 바쳐졌는데 항일 혁명투사나인민무력부.사회안전부등보다 앞서도록 상당한 배려를 받았다.
한총련 화환에는 『조국통일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한총련드림』이란 댕기가 붙어있었다.
***동상앞서 화환 진정 ○…이에 앞서 이날 오전8시에는 만수대 언덕 김일성동상 앞에서 오진우.강성산등 黨.政 간부들과 군중이 참석한 가운데 「화환 진정식」을 거행.
이 행사에는 김정일이 참석하지 않고 화환만 바쳐 김정일 신변에 이상이 생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었다.
또 이날 오전2시부터는 같은 장소인 만수대언덕에서 청년학생들의 추모행사가 먼저 치러졌다.사로청 위원장 최용해와 범청학련 북측본부 의장 최창조,한총련 대표 최정남등 수천명의 청년.학생들이 참석했으며 최용해가 김정일에 대해 대를 이어 충성할 것을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북한의 행사는 정확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이날 오후4시에 열린 대중집회가 오후6시 넘어서야 확인됐다.
일본의 공동취재단은 북한측과 협의해 15일 3차례,16일 5차례의 위성예약을 해놓았으나 16일 들어서도 수차례 전송을 취소하는 바람에 이날 행사는 화환 진정식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것. 그러다 북한 중앙방송이『오후8시 추도회를 중계하겠다』고 보도함으로써 처음 확인됐으며 북한측 화면을 받은 NHK가 오후7시 뉴스에서 김정일이 출현했다고 처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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