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리폼 다이어리 - 어머! 내 모피 맞니?

중앙일보

입력

완성된 A라인 칠부 소매 반코트의 모습. 코트 안쪽의 허리끈을 살짝 조여주면 사진처럼 허리선을 살릴 수 있다.


첫째날 오륜동에 사는 50대 후반의 이미선씨는 장롱 속에 고이 모셔 둔 모피 코트를 바라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구입한 지 20년이 다 돼가는 코트는 한물 간 디자인에 왜 그리 무거운 지 꺼내 입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리거나 남 주기는 아깝다. 이씨는 궁리 끝에 모피 리폼 전문점을 찾았다.
“자주 안 입으셨나 봐요. 가죽이 많이 약해졌네요. 모피코트는 자주 입을수록 튼튼해집니다.”

의뢰품의 리폼 가능여부를 살펴보며 오영자모피 이유형 실장은 조언한다. 리폼 가능여부는 집에서 자가진단할 수도 있다. 코트 안쪽의 가죽을 당겨 장력을 확인해보면 된다. 찢어지지 않고 충분히 견딜 수 있어야 다양한 리폼이 가능하다.
이 실장은 조끼 스타일로의 리폼을 권했다. 재킷 스타일로 고치면 팔 부분에 힘이 가해져 약한 상태의 모피가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의 제안에 이 씨의 눈빛이 흔들린다. 염두에 두었던 반코트스타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다. 충분한 상의 끝에 7부길이 소매 반코트를 만드는 1안과, 조끼를 만드는 2안을 준비했다. 수선공장에서 모피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한 후 재킷을 만들 정도로 튼튼한지 확인하기로 했다.

둘째날 공장에서 재킷으로 리폼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닷새 지나 안감을 달기 전에 최종 가봉하기로 예약했다.

셋째날 이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화려한 변신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전의 칙칙하고 묵직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전체 길이가 한결 짧아져 가벼운 데다 7부소매와 플랫칼라가 한층 젊어 보인다. 딸 아이가 입어도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디자인이 감각적이다.

TIP 1 조끼 스타일로 고쳐볼까
1. 양면으로 뒤집어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형태는 멋과 보온성 모두 살릴 수 있다.

2. 팔뚝살이 신경 쓰이는 경우, 소매를 달아 보완할 수 있다. 소매를 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원판에서 그대로 팔 길이를 줄이거나, 아예 어깨선에 덧댈 수 있다. 덧대어 달면 어깨에 각이 더 살아나 팔이 가늘어 보이고 귀여운 맛이 더해진다.

TIP 2 집에서 하는 모피 클리닝
리폼을 위해 독자의 모피코트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치 왁스로 털을 쥐어 뭉쳐놓은 듯이 군데군데 뭉침 현상이 있었다. 어떻게 관리했냐는 질문에 코트 주인은 “세탁소에서 모피에 맞는 클리닝을 해준다기에 믿고 맡겼다”며 당황했다.

모피 클리닝은 일반 세탁소 맡겼다간 이처럼 낭패를 볼 수 있다. 모피의류를 제작하는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그렇다고 입을 때 마다 클리닝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에서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스팀 타월을 준비한다. 타월에 물을 적셔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간편하다. 스팀타월을 쥐고 털 속을 청소한다는 느낌으로 털의 반대방향으로 닦아준다. 속 털의 더러움을 제거했으면, 빗으로 털 방향을 따라 빗어주면서 모피 결을 정리한다. 나무로 된 참빗이나 깨끗한 강아지 털 빗이 좋다. 플라스틱 빗은 정전기가 일어나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프리미엄 심준희 기자 junes@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도움말=오영자 모피 02-546-333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