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갓난아기에게도 말 걸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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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발달 학자인 볼비는 ‘갓 태어난 아기들이 생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미 아기 엄마들은 아기가 생각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제시했다.

실제로 갓 태어난 아기들을 돌보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분만실에서 나올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엄마 가슴을 향해 목을 돌리며 우는 것 등 아기도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내 셋째 딸의 아들이 태어난 지 일주일 되었을 때 볼비 박사의 책에 나와 있는 실험을 해 보았다. 아기를 정면으로 안고 혀를 쏘옥 내미는 것이었는데 아기가 나처럼 혀를 내밀었다. 그 다음 우리 집에 와 있을 때도 다시 한번 해 보았더니 따라했다. 다른 어른들에게는 혀를 내밀지 않았으나 나를 볼 때는 혀를 내미는 때가 잦았다.

2주쯤 지나 아기가 어느 정도 적응 됐을 때 “자, 우리 한번 쭉쭉 해볼까”하며 팔과 다리의 관절 부분을 살살 만지며 마사지를 해 주자 처음에는 불안하다는 듯이 더 움츠렸지만 천천히 무릎 부분과 팔꿈치를 부드럽게 만져 주었더니 편안해했다. 다음에는 기저귀를 갈 때 “○○야 쭉쭉 하자”하며 다리를 만지면 스스로 다리를 쭉 폈다. 팔꿈치에도 손을 대며 “쭉쭉”하면 팔을 양쪽으로 쭉 폈다.

또 아기를 두 팔로 안아 정면으로 보고 있을 때 아기가 배를 건드리기에 살짝 위로 올려 주었더니 다음엔 힘을 확실히 더 주며 배를 눌렀다. 자기 엄마가 안았을 때도 힘을 주곤 하여 안아 올리게 했고 일주일 후에는 좋다는 표정을 보여 엄마를 기쁘게 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 나름대로 의미를 파악해 반응하는 것이 모두 힘든 공부다.

따라서 아기를 키우는 어른들은 아기가 알아듣지 못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계속 아기에게 말을 걸어 줄 필요가 있다. 젖을 먹일 때 “우리 젖 먹자”하고, 우유 병을 물릴 땐 “우유 먹을 시간이다”하며 먹이고, 기저귀도 “기저귀 갈자” “기저귀 가니까 시원하지”하는 등 이야기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다.

매일 이렇게 하면 아기는 어느 날 어설픈 옹알이로 반응하고, 얼마 후에는 어른의 억양과 비슷한 옹알이를 하다가 단어로 말하게 된다. 그러다 말을 유창하게 하게 된다. 아기에게는 학습지나 특별한 교육이 공부가 아니라 생활이 곧 공부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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