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 설비는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벙커C유를 고가 제품인 휘발유·경유 등으로 바꾸는 장치다. 부가가치가 높아 정유업계에선 ‘지상 유전’이라 부른다.
손병헌 뉴FCC시설2팀장은 “원유정제 때 생기는 벙커C유 분량이 전체 원유의 40%가량인데 이를 그대로 팔면 원가도 못 건진다”고 설명했다. “고도화 설비를 활용해 한 번 더 경질유를 만들어 팔 경우 배럴당 30달러 정도는 더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가 앞다퉈 고도화 설비를 늘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전남 여수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제2고도화시설을 완성했다. 고도화 비율이 22.3%로 높아졌다. 국내에선 에쓰오일이 25.5%로 고도화 비율이 가장 높다. 강신기 상무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질유 제품 소비가 늘고 가격이 뛰면서 석유사업 부문에서 상반기에 국내 정유업계 최고인 7%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고도화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공사가 끝나면 19.3%로 뛴다. 경질유 생산량이 하루 10만 배럴에서 16만 배럴로 많아져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손 팀장은 “공사비만 1조9600억원으로, 같은 규모의 원유 정제시설 투자비의 열 배 정도가 들지만 워낙 수익성이 좋아 5년 안에 투자비를 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새 설비에서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대부분을 수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정유업의 고도화 비율은 평균 22.1%로 미국(76.3%)·독일(53.7%)·일본(39.8%)보다 훨씬 낮다.
울산=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