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금융국제화-해외투자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국내자본의 해외증시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외국자본에 대한「방어」에만 급급했지 외국시장에 진출하는「공격」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해외정보나 해외투자를 소화해 낼 만한 인력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투자자로서 가능한 해외증시 투자방법은 크게▲투신사를통한 간접투자와▲증권사를 통한 직접투자로 나눌 수 있다.지난해5월 한국.대한.국민 등 투신 3사가 처음 설정한 해외투자펀드는 지난 7월 지방투신으로는 처음 설정된 동양 투신펀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10개,3천9백39억원에 달한다.또 연말까지 3~4개의 펀드가 추가로 설정될 예정이다.
〈표 참조〉 투신사들은 처음에는 펀드의 운용을 외국자문사에 맡겼으나 최근엔 투자종목을 직접 고르는 추세다.그러나 아직은 투신사들이 해외투자펀드의 설정에 선뜻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해외투자펀드는 투신사의 자발적 작품이 아니라 외국인전용수익증권 설정에 따른 통화증발효과를 상쇄하라는 정부의요청에 따라 설정된 것이다.
증권사를 통한 해외직접투자는 더욱 초보단계다.지난 7월 개인및 일반법인에 해외투자가 처음 허용된 이래 지금까지 겨우 2건의 매매(대신.럭키증권)가 성사됐다.국내투자자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1차적인 이유가 있다.여기 에다 해외투자중개자격이 주어져 있는 24개 증권사의 준비부족은 더 큰 문제다.해외의 유망증시와 종목을 꿰차고 있어도 아쉬운 판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해외증시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분석력도 크게 떨어진다. 기관투자가들이 국내투자를 갈수록 늘리면서도 해외투자에대해서는 「경험부족」을 이유로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지난 2월 정부가 기관투자가의 해외투자한도를 확대(증권.투신.보험 한도폐지,연기금.투금 1억달러 이하 )했으나 지금까지 활성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럭키증권이 4천만~5천만달러를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정도다.
게다가 투신은 해외자산운용준칙에 따라 고유계정 해외투자규모가납입자본금(한국.대한 각1천억원)의 15%를 넘을 수 없어 사실상 원천봉쇄된 상태다.따지고 보면 정부가 자율화를 외치고 있다지만 규제가 곳곳에 남아 있다.이에 대해 증권 사관계자들은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한도만 확대할 게 아니라 취급기관과 관련상품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高鉉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