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5~6개사 한지붕 同苦同樂-대치 신흥 복합금융타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적과의 동침」.
가능한 한 가까이 있기를 꺼려했던 금융기관들이 이제는 한 건물에 몰려 「한지붕 세가족,네가족」을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은행.투금.증권.투신등 이종(異種)금융기관 점포들간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는 신흥 복합 금융타운 서울강남 대치동일대.그 중에서도 은마.선경등 대규모 고급아파트단지에 이웃한 대치동의 7층규모 동산빌딩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금융복합건 물이다. 1층의 상업은행을 비롯해 2층에 삼삼투자금융,3층에 상업증권,4층에 삼성증권,5층에 산업증권,6층에 대우증권이 자리잡고있다. 이밖에도 주변에는 현대증권과 장기신용은행.조흥은행과 동서증권,보람은행과 보람증권,국민투자신탁이 각각 한 건물에 자리를 잡고 있는등 이 일대 거의가 어느틈에 금융기관들의 간판 숲이 됐다.
대치동에만 은마.미도.선경등 6개 아파트의 1만5백여가구가 있고 여기다 부근 개포동 경남.현대.우성.럭키등의 아파트단지를합치면 총 3만여가구가 살고 있어 이곳 금융시장규모(수신기준)는 총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기관들은 추산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같은 금융자금을 보고 7개 시중은행과 보람.하나은행,한국.대한.국민등 3개 투신사,삼성.대우등 7개 증권사,삼삼투자금융등이 7백m 이내의 거리에 모두 오밀조밀 몰려 있다. 「같은 업종의 가게는 몰려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상술(商術)의 기본이지만 이 일대 금융가는 때마다 층별로 희비가엇갈리곤 한다.
강의순(姜義淳)상업은행 대치동 지점장은 『규모가 큰 돈은 수익률이 더 높은 투신이나 투금으로 빠져나간다.최근에는 증시가 좋으니까 고객들이 돈을 찾아 3~6층의 증권사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주변 지역의 돈이 몰리는 공모주 청약 때면 통장 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않아 「틈새」를 이용,짭짤한 이자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보람은행 대치동지점은 직원 13명이 매월 반상회 때마다 지역을 돌아가며 참석,홍보물을 돌리는등 이 지역 금융기관간 영토확장 경쟁에는 밤낮이 없을 정도다.
이용원(李龍源)보람은행 대치동지점장은 『부유층중에는 금리차도따지지만 서비스 수준을 중시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대화기술도 익혀야 하고 세무상담.무료금고대여등 특별서비스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자율화의 물결속에 구조개편을 겪고 있는 우리 금융시장의 축소판인 대치동 일대.이 곳에서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학습하고 있는 셈이다.
〈吳泳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