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 미분양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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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방에서 시작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분양한 7개 단지 중 4곳의 모집 가구 수보다 청약자가 적었다.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의 ‘동화옥시죤’은 13~15일 205가구의 청약을 받았으나 3순위까지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100가구 이상의 수도권 아파트 분양에서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청약한 30개 분양단지 중 25곳이 3순위 청약도 미달됐다. 특히 10개 사업장이 분양한 서울에서도 두 곳을 뺀 8곳이 전 평형에서 미달사태를 빚었다. ‘버블 세븐’의 중심부인 강남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초구 방배동 ‘리첸시아 방배’는 79가구 모집에 16명(0.20대 1)이, 32가구를 공급한 강남구 도곡동 ‘계룡리슈빌 파크’ 역시 12명(0.38대 1)이 청약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달 실적은 애초 분양을 계획했던 64곳 가운데 34곳이 일정을 연기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미분양 사태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도 10만 가구에 육박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9만8235가구로 한 달 사이 6521가구가 늘었다. 8월까지 월 1000가구 정도씩 늘었던 것에 비하면 증가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것이다. 미분양의 여파로 지방 건설회사 부도도 잇따르고 있다. 13일에는 KT건설(충남·시공 능력 평가 131위), 거림건설(전남·275위), 효명건설(인천·321위) 등 세 곳이 한꺼번에 최종 부도나기도 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건설회사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고자 분양 물량을 늘린 반면, 수요자는 청약가점제를 의식해 분양가가 싸거나 투자가치가 있는 단지만 골라 청약하면서 아파트 수급에 균형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수급 불균형을 메울 요인이 없어 미분양 사태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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