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4.내고장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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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버려진 개펄을 팔아라.』 개펄을 팔다니 참 희한한 일도 다있구나 싶겠지만 이미 지난 여름 서해안 한 귀퉁이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충남 대천시가 해변에 진흙 마사지시설을 만들어「내 고장을 파는」돈벌이에 나선 것이다.개펄의 고운 진흙을 욕조에 담아 놓고대천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미용상품으로 팔았다.
한번 이용하는데 1만원을 받아 대천시는 2백80만원의 세외수입을 올렸다.『이런 일로도 시재정에 일조할 수 있다는「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더 큰수확이었다』고 시 실무관계자 조학행씨(52)는 말한다.
아이디어는 박상돈시장이 처음 냈다.한 화장품회사가 이스라엘 사해에서 수입한 진흙으로 피부미용 신제품을 만들어 인기를 끈데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대천시는 진흙의 상품화 실험이 성공했다고 보고 내년부터는 제대로 시설을 갖춰 사업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대덕연구단지내 화학연구소와 이리 원광대팀에 진흙 성분조사를 의뢰한 결과 인체에 나쁜 물질이 전혀 없으며,진흙팩화장품과의 성분비교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 화장품회사는 이곳 진흙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회사측 중간 조사결과가 긍정적이어서 대천시는 화장품회사 납품으로도 짭짤한 재미를 볼 수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힘을 얻은 대천시는 진흙 마사지시설을 현대식으로 지어 내년부터는 여름 한철이 아니라 4계절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마사지시설과 함께 대천해수욕장의 명물인 조개 가루를 뜨겁게 달군 찜 시설과 바닷물 사우나시설도 갖춘다는 계획 을 짜놓고 있다. 대천시 일이 여기까지 진척되자 전북 부안군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부안군은 줄포면 해안을 개발할 예정인데 이 지역은진흙 입자가 고운데다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30분 거리밖에 안돼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쉬운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릉시는 좀 더 과감한(?)사업을 추진중이다.허가과정에서 특혜시비가 거듭돼 눈총을 받을 수도 있는 골프장을 경포도립공원내에 운영하겠다는 것이다.34만평 규모에 골프장외에 콘도.호텔등숙박시설과 어린이 놀이시설등을 두산건설과 함께 건설키로 했다.
총 1천7백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1백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금액은 지난해 강릉시 지방세수입 2백7억원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이대근강릉시장(58)은『과거 골프장사업은 인.허가과정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자금부족으로 중간에 공사가 중단돼 자연만 훼손 시킨 사례가 많아 공무원들이 기피해온 것이 사실』이라며『그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앞두고 재정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세수증대를 위해 일부의 오해도 감수하고 이번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차원에서 남원군은 지리산 주변의 광천수를 개발해 팔 방침이다.군이 직접「물장수」를 자처하고 나선 셈인데 이미 50여억원을 들여 개발부지를 매입했으며 내년에는 본격 시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지역은 색다른 각도에서 내 고장을 세일즈하고 있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확대와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시도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광주시장.전남지사.광주전남지역 총학장협의회장.광주목포상공회의소장등 5명의 지역대표가 20대그룹 대표들을 초청해 투자환경 설명회를 가졌다.
대기업회장 초청 투자설명회는 11월중 한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광주시는 맛의 고장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11월4일부터 3일간 염주종합체육관에서「김치축제」를 연다.온갖 종류의 김치는 물론 젓갈등 김치재료.김칫독.김치에 관한 책전시회도 같이열린다. 광주시는 올해를 시발로 앞으로 매년 11월께 김치축제를 연다는 계획인데 김치의「국제화」를 위해 이번 행사에 일본인관광객 1백60여명과 주한 외국공관장 부부들도 초청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고 박필종관광진흥계장(50)은 말한다.
제주도는 연안어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목표아래 바다목장화 사업계획을 최근 확정했다.북제주군구좌읍 하도지역에 내년까지총 47억여원을 투입해 해상 관광시설등을 꾸밀 계획이다.수학여행학생등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관광상품을 선사하겠 다는 취지다.
그러나「고장의 상품화」가 대부분 관광자원 개발쪽에 편중돼 있어 더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별취재팀=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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