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기업 손잡고 신기술 개발-첫작품 고강도PV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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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기업에서 원료를 가져다가 가공해 파는 PVC가공업체들이 원료를 대주는 대기업과 공동으로 기술협력연구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강도 PVC란 고급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모범적인 협력사례로 평가되는 이 모임은 PVC파이프와 파이프 이음관 류를 생산하는 13개 중소기업과 PVC의 원료수지제품을 생산하는 ㈜럭키가 참여하는 「신기술 PVC연구회」(회장 元相喜).원주에 공장이 있는 강 원플라스틱등이 연구회 회원사들은 연 매출이 50억~1백억원대의 중소기업들. 우선 럭키는 고객인 중소기업들 요구에 따라 우수한 기술연구인력을 활용한 기초연구를 통해 새로운 원료수지를 생산해 냈다.
중소기업은 그 시제품을 가져다가 가공성이나 상품성 등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상부상조의 기술협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자나 자동차 등 조립산업에서는 대기업과 부품업체들이 부품을공동개발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원료를 가져다 가공하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우는 이같은 기술협력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들 기업들이 협력관계를 맺은 것은 지난해 9월.단순한 저급제품만 가지고는 판매확장에 한계를 느낀 가공업체들이 기존 수도관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고강도 PVC생산을 럭키에 요구하면서 비롯됐다.럭키는 대덕 고분자연구소에 30여명의 연 구인력을 투입해 이들 업체들이 제공한 가공테스트 실험결과를 토대로 개발목표 수준을 결정해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에 착수한 뒤 1년 동안 럭키연구소와 가공업체들은 20여차례의 품질 및 상품성 테스트결과를 주고 받았으며 PVC파이프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연구비용은 럭키가 부담했으나 가공테스트와 연구회 운영경비는 가공업체들이 각사당 5 천만원씩 부담했다. 이같은 기술협력의 결과로 나온 신제품이 「토플라」라는고강도 PVC컴파운드 제품.
『기존 PVC파이프의 가장 큰 약점인 동파(凍破)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이번 개발을 맡은 홍순용(洪淳湧.럭키고분자연구소)박사의 설명이다.洪박사는 『영하 20도 이하 추위에도 깨지지않으며 인장강도도 기존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데다 외부충격에 강하고 동관에 비해 절반 이하 값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은 지금까지 기존 PVC로는 50㎜이하의 수도관만을 만들 수 있었으나 고강도 PVC개발로 앞으로는 직경 3백㎜의 대형 수도관도 PVC관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업체들은 앞으로 현재의 연구회를「토플라」라는 상품명으로 별도 법인화해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도 계획하고 있다.공동판매와 공동구매를 통해 중소기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품광고나 판촉활동을강화하는 한편 품질도 균일화하는 시너지효과가 기대 된다는 설명. 이 모임의 회장인 ㈜진안의 원상희(元相喜)사장은 『현재 원료회사인 럭키는 별도법인에 지분을 갖지 않고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신기술 PVC연구회는 대기업과 협력회사간의 흔히 있는 수직적 종속관계를 극복한 수평적 협력관계의 모범』이라고 자평했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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