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징벌적 부동산 정책, 시장 중심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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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정부는 주택정책의 핵심 목표를 ‘서울 강남 집값 잡기’에 맞췄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특정 지역의 집값 잡기에 올인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2003년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집값은 전국 평균 22.9 %, 서울 아파트의 경우 54.2% 올랐다.

한편 현 정부가 쏟아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를 비롯한 규제는 집값을 잡는 대신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금 지방에는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해 도산 위기에 몰린 건설회사들과 얼어붙은 주택 거래로 불편을 겪는 주민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주택정책의 목표를 국민 전체의 주거 복지 향상에 맞춰야 한다. 아직 우리의 1인당 주거면적은 일본의 67%, 영국의 52%, 미국의 35%에 불과하다. 따라서 저소득층에는 복지 차원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한편, 중산층의 경우는 현재보다 좀 더 나은 집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인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주택시장의 정상화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부터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 정부는 각종 규제를 강화한 뒤 “민간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주공이나 토공 등 공공이 맡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주택 바우처 등의 공급만 책임지고 나머지 주택 공급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중산층 주택까지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나 원가 공개와 같은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도 줄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민간시장에 의한 원활한 주택 공급을 통해 장기적 주거 안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차기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왜곡한 부동산 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장기적으로는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게 순리지만 우선 종부세 대상 주택가격을 높이고,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면세 혜택 등 단기적 완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올해 종부세 대상은 50만 가구에 이른다. 또 재산세도 지나치게 급격히 올라 국민들의 부담이 심각하다. 국민이 소득에 비해 지나친 세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세금은 징벌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양도세 완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 및 고령가구에 대한 양도세 면세 혜택을 늘려야 좀 더 많은 기존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재건축도 중요한 주택 공급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선 임대 및 소형 아파트 건설 의무 비율 등 재건축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재건축에서 어느 크기의 어떤 아파트를 지을지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민간기업이 판단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차기 대통령은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해 전 국민의 주거 복지 향상을 정책 목표로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