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시 비리 공개한 한 여중생의 용기

중앙일보

입력

경기 김포외국어고의 입시문제 유출사건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것은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린 중3 여중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여중생의 용기 있는 폭로가 자칫 묻힐 뻔했던 입시 비리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31일 김포외고 홈페이지의 ‘입학 상담 게시판’에 ‘김포외고 지망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오늘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 목동 J학원에서 시험 당일 김포외고에 시험을 보러 버스 4대(실제로는 3대)에 탄 학원생에게 준 시험 대비 유인물이 이번 시험문제와 거의 흡사하게 출제되었다는 겁니다. 수학은 15문제 중 8문제, 국어는 40%가 같거나 다를 바 없었다네요.(…)’

조선일보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글을 올린 학생은 올해 김포외고에 응시한 이모(15ㆍ중3)양으로 밝혀졌다. 이양은 김포외고 시험을 봤으나 탈락했다. 이양은 J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이양은 “J학원에 다니지만 시험 전날 김포에서 자느라 그 학원 버스를 타지 못한 친구가 억울해서 얘기해준 것”이라며 “김포외고에 가기 위해 과로로 쓰러져 링거를 맞아 가면서 새벽 2시 이전에는 자 본 적이 없는 성실한 지망생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포외고는 발끈했다. 장두수 김포외고 교장은 “EBS가 수능문제에서 70~80% 적중하는데 그건 뭐냐”며 “공동 출제한 문제 중 일부가 들어맞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교측은 이양의 부모에게 “법적으로 책임지라”며 항의전화를 했고, 5일 김포경찰서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 학교 입시홍보 부장 이모(51)씨가 J학원 원장에게 이메일로 38개 문항을 사전 유출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지자 13일 고소를 취하했다.

사건 초기 김포외고는 “입시문제 유출은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이 여중생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결국 13일 고소를 취하했다. 이 글을 퍼나르며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은 지난 2일 포털 사이트에 ‘김포외고 일반전형 문제 유출사건 해명 시위’ 카페까지 만들며 진상 규명에 나섰다. 이들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김포외고측의 해명과 보상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J학원에 다니는 합격생 47명의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과 김포외고 등을 상대로 민ㆍ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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