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8등신 미녀 대신 할머니, 뚱녀 … 파격 광고로 매출 30% 늘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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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4년 가을 미국 도회지 번화가에 뚱뚱한 여성을 담은 포스터가 나붙었다. 다국적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의 비누 브랜드 ‘도브’ 광고 였다. 이후 주름살 투성이의 할머니, 가슴이 납작한 여성이 잇따라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도브는 이를 ‘리얼 뷰티 캠페인’이라고 불렀다. 8등신 미녀가 점령했던 생활용품 광고시장에선 파격적 시도였다. 논란이 많지만 도브는 이런 광고를 한국 등 10여 개국에서 한다. 이 캠페인을 벌이는 오스카 레이즈(31·사진) 도브 아태지역 총괄디렉터는 “이후 매출이 늘어났다는 건 우리 전략이 옳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왜 리얼 뷰티 캠페인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해주자는 것이다.“

-캠페인을 시작한 계기는.

“당연히 제품을 더 많이 팔려는 고민에서 나왔다. 기존 미용산업은 예쁜 모델을 앞세워 ‘이렇게 예뻐지고 싶으면 우리 제품을 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외모에 자신 없는 여성보다 자긍심 있는 여성이 외모에 더 돈을 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사회에나 미의 기준이 있다. 있는 그대로가 마냥 아름답다는 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이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건 문제가 있다.”

-주변 시선이 바뀌지 않으면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기가 쉽지 않다.

“맞다. 그래서 학생·남성·부모 상대의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모녀가 함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워크숍을 열어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한국 여성도 외모에 관심이 많다.

“지나칠 정도다. 설문조사 결과 98%의 여성이 ‘남성에게 잘 보이려면 외모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무려 53%가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치다. 성형수술 희망자 비율이 2위인 대만은 40% 정도다.”

-왜 그렇다고 보나.

“글쎄…. 경제가 발전할수록,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할수록 외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성형수술비를 낼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직장여성이 주변에 좋은 인상을 주려고 외모에 더 신경쓰기도 한다.”

-캠페인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캠페인 이후 30% 정도 늘었다. 여기에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는 측량하기 힘들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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