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룸살롱 술값 왜 비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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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생활용품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인호(金仁浩.34)씨는 며칠전일을 생각만해도 속이 쓰리다.
그날은 회사 정기인사에서 만년대리라는 꼬리를 떼고 과장으로 승진한 입사이래 최고의 날이었다.그래서 퇴근후 이번에도 과장승진에 실패한 입사동기를 위로하기위해 서울 강남의 룸살롱으로 가술마실 때까지만해도 좋았다.문제는 계산할 때였다 .경비가 50여만원이나 나온 것이다.
계산서 내용은 특급위스키 패스포트 큰것(7백㎖)한병에 12만원,안주 15만원,여종업원 팁으로 1인당 7만원씩 14만원,그리고 웨이터.밴드연주자 10여만원등이었다.
안주는 그렇다치더라도 양주는 병라벨에 출고가격이 1만5천9백94원88전으로 전단위까지 표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7~8배에달하는 가격으로 폭리를 취한데 화가 났다.하지만 술집주인의 계산은 간단했다.金씨가 마셨던 패스포트를 비롯해 썸싱스페셜.VIP등 고급유흥업소에서 주로 소비되는 특급위스키의 제조원가는 7백㎖ 한병당 5천6백80원에 불과하다.여기에 주세 6천8백16원,교육세 2천44원,부가가치세 1천4백54원등이 얹어져 1만5천9백94원에 제조업체에서 주류도 매상으로 공급된다.
주류도매상은 무면허 중간상에게 물건을 돌려 무자료거래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상적인 유통경로에서는 대부분 출고가의 10~15%에 해당하는 마진을 붙이고 부가가치세.소득세등을 포함시켜 2만~2만1천원에 유흥업소에 판매한다.그게 룸살롱측의 원가인 셈이다.
룸살롱측은 이를 손님들에게 10만~12만원을 받으므로 단순히산술적으로 따져보면 8만~10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폭리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계산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관할세무서에서는 1종유흥업소로 분류되는 룸살롱에 대해 통상매입가격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외형으로 인정한다.따라서 특급위스키 한병을 팔았을때 세무서는 손님으로부터 10만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부가가치세 1만원,특별소비세 1만5 천원등을 부과하며 업소의 연간소득에 따라 차등적용되는 종합소득세까지 합산하면 세금만 4만원선에 육박하게 된다.
여기에 업소주인의 임대료.이자비용.인건비.관리비등 각종지출비용이 추가되며 업소관리를 책임지는 마담과 폭력배들의 행패방어를위한 소위 영업부장등에 대한 지출비용(외형의 30%선)도 계산에 넣지않을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같은 업소주인의 설명에 김씨는 유통과정마다 따라붙는 유통마진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각종세금,향락문화를 지탱해주는 유흥업소의 먹이사슬구조 비용을 혼합한 「폭탄주」를 들이킨 것을 알고생각할 때마다 속쓰려 하는것이다.
〈林一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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