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 ‘용광로 조련술’ 포항 우승 원동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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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팬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고 있다. 승리할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

세르지우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2차전을 사흘 앞둔 8일 기자회견에서 “전술적 변화를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경기를 하겠다”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1차전 3-1 승리를 지키기 위한 소극적인 수비 축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2차전에서도 1차전 때와 똑같은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수세 때 양쪽 미드필더를 끌어내려 5명의 수비수를 세울 수 있는 ‘수비형’ 포메이션이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양쪽 미드필더는 오히려 성남 진영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오른쪽 미드필더 최효진은 성남 미드필드 중앙에 자리를 잡고 플레이메이커 따바레즈를 엄호했다. 왼쪽 미드필더 박원재 역시 성남 진영 왼쪽 깊숙이 올라가 최전방의 고기구와 슈벵크에게 쉴 새 없이 공격 기회를 열어줬다. 중앙 수비수 황재원까지 센터서클 부근으로 올라와 공중볼 경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포항의 공세에 성남 선수들을 조급해졌고 실수를 연발했다. 전반 43분 슈벵크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포항은 백패스와 횡패스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파리아스 감독은 취임 이후 백패스와 횡패스를 철저히 금지시켰고, 포항 선수들의 머리와 근육에는 ‘공격 성향’이 배어 있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후반 11분 고기구를 빼고 이광재를 넣었다. 통상 이런 경우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넣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평소와 똑같이 공격수 이광재를 투입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Attack is the best form of defence)’라는 격언을 증명했다. 그 결과 ‘재미’와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성남=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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