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잠수함, 경계 뚫고 미 항모 키티호크에 접근 "50년 전 스푸트니크만큼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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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함대의 경계망을 뚫고 키티호크 항공모함에 접근한 중국 잠수함과 같은 형인 쑹급 잠수함. 아래 작은 사진은 미국의 키티호크 항공모함.[홋카이도 교도=연합뉴스]

중국 잠수함 한 척이 최근 일본 남부와 대만 사이에서 훈련 중인 미국 해군 함대의 대잠 경계망을 뚫고 함대 중심에 자리 잡은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 근처까지 접근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이 훈련에 참가할 경우 통상 10여 척의 수상함과 핵잠수함을 주변에 배치하고 정찰기를 띄우는 등 철통 같은 경계를 펼친다. 그러나 중국 잠수함은 이러한 다중 경계망을 가볍게 통과해 미 해군을 경악하게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는 최소한 2척의 미군 핵잠수함을 포함, 값비싼 군함이 동원된 방어망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의 경계망을 뚫은 잠수함은 중국이 자체 제작한 49m 길이의 쑹(宋)급 공격용 잠수함이었다. 쑹급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재래식(비핵) 잠수함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하며, 소음이 극도로 작아 탐지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한 관리는 "이번 사건이 미국에 준 충격은 1957년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것에 버금갈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토 관계자는 "미국과 나토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을 비롯한 잠재적 위협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중국이 미국과 서방을 위협할 만큼 군사적인 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메시지로 보고 있다.

영국 해군 장성 출신으로 대잠수함 전문가인 스티븐 숀더스는 "이는 특히 대만과 관련해 자기들의 '뒷마당'에 간섭하는 미국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쑹급 잠수함은 지난해 10월에도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키티호크를 8㎞ 가까이 추적하다가 미 정찰기에 발각된 바 있다.

이은주 기자

◆스푸트니크=러시아가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1957년 10월 4일 1호를, 11월 3일 2호를 발사했다. 러시아의 첫 인공위성 발사는 당시 로켓 개발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미국에 큰 충격을 던져 줬으며 러시아.미국 간 본격적인 우주전쟁의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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