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광란의 살인극 시민들 외출하기도 겁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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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민생활이 불안하다. 지존파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퇴근길 여회사원 피랍사건의 범인이 50명살해를 목표로 훔친 택시를몰고 다니며 여자만을 골라 태워 강도.강간.살인을 저질러온 것으로 밝혀져 온사회를 또한번 경악케 했다.
어떻게 문명한 사회에서 이런 일이 있을수 있는가 우리사회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는가.. 사람들의 분노와 불안은 여러방향으로 향하고 있지만 더이상 광란의 범죄에 시민들이 희생되는 상황이 방치돼서는 안되며 우리사회 대응체제의 일대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도시화.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소외감에 사로잡힌 일부 계층이나 특이성격자 가운데서 이번 두건의 사건에서와 같은 동기와 목적이 불분명한 광기의 범죄가 늘어나 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또 이들 범죄는 광역화.기동화.지능화하는데 비해 경찰의 수사체제를 비롯한 사회의 대응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가장 큰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존파와 이번 납치살인범 사건을 비롯,큰 사건의 경우 대부분시민신고나 범인 자수로 사건이 해결됐을뿐 경찰은 초동.공조수사소홀로 범죄예방에 제대로 역할을 못한 허점이 두드러졌다.
〈관계기사 22,23面〉 이번 사건의 경우 범인 온보현(溫保鉉)은 이달 1일 權모씨(43.여)를 납치한뒤 차량을 버리고 달아나 김제경찰서가 6일 수표에 실명으로 이서한 것을 추적해 溫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전국수배를 미루다 15일에야 수배가 이루어졌고 이 사이 범인 溫은 네차례나 추가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살인범을 잡을 경우 검거서에 평가가산점을 주고 있어 경찰마다 공(功)다툼에 앞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 교환을 꺼리는 것이 보통이다.두건의 범죄에서 공통의 도구가 된 차량의 관리도 너무나 허술해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 어 도난차량건수가 8월말 현재 2만9천6백77대고 이중 1만3천1백33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90년이후의 도난차량 누계는 무려 3만5천대에 이르며 경찰은 이중 5% 정도가 각종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흉악범들은 서울일대에서 범행을 저지른뒤 지방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경찰의 수사는 관할구역에 매여있는실정이다.
〈洪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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