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의 침묵과 칩거가 이어지면서 주변 인사들 사이에선 "이명박 후보 측이 확실한 화합 의지를 보여주기 전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침묵이 길어지면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 후보 측이 이재오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내세워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며 "사퇴만 하면 뭐하나. 경선 이후 두 달 반 동안 패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며 여전히 앙금을 털어내지 못했다.
다른 측근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화합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특히 이 후보 측이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생각이다. 양측 간에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일부 인사 사이에선 "이 후보를 돕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 발언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경선 승복을 다짐했고 백의종군을 약속한 만큼 지체할 필요 없이 이 후보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친박(親박근혜)이었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자칫 이회창 후보 측에 마음이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이왕 도와줄 것이면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만일 박 전 대표가 지금 이회창 후보의 러브콜을 받아들인다면 박 전 대표가 지금껏 쌓아온 '원칙주의자' 이미지는 무너져버릴 것"이라며 "우선은 한나라당 후보를 돕는 스탠스를 취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1일로 예정된 이명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확실한 화합책을 내놓는다면 박 전 대표도 화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후원으로 최고위원이 된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이명박 후보는 결국 화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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