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외국어 교육을 바로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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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스위스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글로벌 경쟁력 세계 제1의 나라이다. 서유럽 3대 강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둘러싸인 나라로 3개 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영어 또한 잘해 이웃 나라는 물론 외국인들이 와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 덕분에 스위스는 수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있다.

세계 4대 강국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한국은 공용어가 한글뿐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은 상점 간판과 식당메뉴 등이 한글로 되어 있고, 국민의 외국어 실력 또한 뛰어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외국어 경쟁력이 강한 스위스는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에 들어가는 대기업의 수가 한국과 비슷하다. 인구는 한국의 7분의 1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싱가포르는 중·후진국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자리했지만 글로벌 경쟁력 아시아 제1의 선진국이 되었다. 이는 이웃 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방문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복수언어 정책에 기인하는 바 크다.

세계 최우수 인종이라는 유대인들은 외국어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9세가 되면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를 공부하고, 이어서 이웃 나라 언어인 아랍어를 공부한다. 대학생이 되면 중국어·독어 등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집에서는 히브리어를 배운다. 학교 졸업 때까지 최소한 4개 외국어를 하는 셈이다. 이런 외국어 실력의 뒷받침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일류 선진국들은 스웨덴·핀란드·네덜란드 할 것 없이 외국어를 잘하는 나라들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에는 256개국 국민이 거의 다 진출해 있다. 각국의 언어와 인종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이다. 어느 대형 호텔에서는 종업원들이 20여 개 국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는 외국어 경쟁력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없는 나라는 후진국이 되는 시대다. 사실 후진국의 특징은 문맹률이 높아서 외국어는커녕 자국 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4대 강국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은 4대 강국을 잘 알아야 잘살 수 있다. 그 길은 무엇보다 그들의 언어를 잘 아는 것이다.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 중 복수언어 정책을 잘한 나라는 모두 이웃 나라를 크게 앞서는 선진국이 됐다. 1인당 국민소득 세계 최고인 룩셈부르크가 아주 좋은 예다. 룩셈부르크에는 이웃 나라 사람이 출퇴근을 할 정도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중국어와 일어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나라다. 이 두 나라는 세계 제2, 3의 경제대국이기도 하다. 물론 영어는 글로벌시대 언어이므로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반도 국가로서 열린 나라이다. 열린 나라는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특히 잘해야 하는데 그 길도 외국어다. 중국어와 일어는 우리 언어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지금은 문화의 경쟁시대인데, 외국문화 이해의 첩경도 외국어다. 우리말로 배우던 것을 중·일어를 통해서 배울 수도 있다.

앞으로 한·중·일은 하나의 경제권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중·일을 속속들이 잘 알아야 한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20년 미국과 비슷하게 된다고 한다. 그때까지 주식 시가총액은 수천조원이 늘어난다. 전체 땅값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중·일 대상의 재테크도 많이 해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미·일·중 3대 경제대국의 문화·기술·경영방식 등을 융합해 이들을 앞서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국가의 장기적인 안보를 위해서도 이 세 나라 언어를 잘 배워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10대나 20대 중에는 세계적인 인재가 수없이 자라나고 있다. 이들은 외국어를 잘 배울 수 있는 연령대에 있다. 이들에게 영어·중국어·일어라는 날개를 달아 줬으면 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