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수사 촉구안 통과…민주 '희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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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9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盧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경선자금에 대한 수사 촉구 결의안을 전격 통과시킨 것이다.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추가 파병안 등 국가적 현안을 놓고 국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던 와중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22건의 본회의 처리안건 중 2건밖에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의안을 상정해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현직 대통령과 사실상 여당의 대표에 대한 수사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표결 직전 일제히 퇴장했다. 민주당은 만면에 희색이 가득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1일 盧대통령과 鄭의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6일 수사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지 속에 결의안을 신속 처리했다.

국회의 수사 촉구 결의안은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대검 관계자도 "우리는 정치권의 어떠한 결정에 관계없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9일엔 민주당 측 고발인 조사도 마쳤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결의안 통과를 밀어붙인 것은 盧대통령과 검찰에 대한 심리적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盧대통령의 민주당 죽이기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민주당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盧대통령에게 공격의 화살을 날릴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한화갑 전 대표를 경선자금 비리로 구속하려 한 것과 대비시켜 검찰의 편파 수사를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부적절한 한.민 공조"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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