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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살인집단에 넘어간 개인정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존파」일당이 범행대상으로 삼기 위해 백화점 우수회원명단을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개인정보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백화점등 민간부문뿐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공공(公共)기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 다.지난 6월엔 서울시청.국세청등이 보유한 납세기록.국민연금가입자료등 전산(電算)자료가 정보대행사에 대량으로 유출(流出)돼 큰 충격을 준바 있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됨은 물론,이번 지존파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생명마저도위협받게 될 것이다.뿐만 아니라 신용사회의 기반마저 무너뜨려 경제활동도 위축(萎縮)될 것이다.
정부부터 현행 법의 미비점을 서둘러 보완(補完)하고 보안체제를 강화해 우선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부터 유출을 막아야 한다.아울러 신용카드회사.백화점및 유통업체.보험회사.병원.은행등 개인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민간업체들에 대한 감독체제를 갖추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담당자중 다수는그것의 유출이 범법(犯法)인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1월7일「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공포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어 있으나 이 법에 의해 규제되는 개인정보는 컴퓨터에 의해 처리된 것 뿐이다.자료의 전산화율이 낮은 우리 실정에 비춰볼때 이 법으로는 공공기관의 정보유출도 막기 어렵다.개인정보라면 컴퓨터에 의해 처리된 것이 아니라도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민간부문에서의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서는 현재「신용정보의 이용및 보호에 관한 법률」제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 법이 자칫 보호보다는 이용쪽에 더 역점(力點)을 둔 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개인정보의 유출을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지 않 도록 정보의제공에는 엄격한 제한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법제정이 문제해결의 전부는 아니다.관리자들이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다.지금이라도 정부는 관리실태 점검에나서 법규위반자를 엄단(嚴斷)함으로써 경종(警鐘)을 울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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