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비준 또 못하면 한국 신뢰 추락 불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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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비준동의의 처리가 국회에서 계속 논란을 거듭하는 바람에 자칫 FTA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놓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가 땅에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칠레 의회는 지난달 22일 한.칠레 FTA를 최종 비준하고 우리 국회의 비준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16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FTA 통과되면=정부는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면 오는 4월께 한.칠레 FTA 협정을 발효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회에서 비준안 처리 후 행정부에 이를 통보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국내 절차는 모두 끝나게 된다.

칠레 측도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이달 말께 양국이 서로 국내 절차가 완료됐다고 통보하면 30일 뒤부터 양국 간 FTA가 정식으로 발효한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후속 협상에도 박차를 가해 올해 중 한.싱가포르, 2006년에는 한.일 FTA를 발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도 FTA를 맺어 동아시아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지구촌의 경제 블록화 흐름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FTA 처리 불발되면=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그만큼 협정 발효는 순차적으로 늦어지고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KOTRA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각각 18.8%와 9.5%로 2002년(20.5%, 13.4%)보다 크게 떨어졌다.

한.칠레 FTA 처리 지연은 한.일, 한.싱가포르 등 후속 FTA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 정부와 FTA에 합의해도 국회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 간에 합의해 놓고도 국회에서 비준받지 못한 첫 FTA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세우게 된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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