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람직한 공천 異變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등 3당의 공천심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시도들은 우리 정치 발전의 희망을 갖게 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면접과 토론을 통해 현역 의원들을 탈락시켰다. 대신 한나라당은 여성 등을 우세 후보로 선정했다. 비록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이 반발하는 등 잡음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와 내려진 결정은 신선감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 신청자들을 상대로 청문회를 시작했다. 예비후보를 압축하고 최종 결론을 여론조사로 내릴지, 아니면 경선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서다. 특히 호남에선 현역 의원도 경쟁자들과 마찬가지로 청문회에 앉힌다니 지역주민들의 물갈이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바람직하다. 불복과 배신이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경선문화가 정착하려면 이 같은 승복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여성이 경선 관문을 통과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물론 당내 행사로 진행된 이 같은 심사작업의 자세한 내용을 외부에 있는 우리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과연 최선의 후보가 뽑혔는지, 심사 또는 경선 때 줄 세우기나 향응 등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는지를 모른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각 당 지도부의 입김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지, 사천(私薦).밀실 양상이 재연되는지도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상황이 계속되면 정치발전은 부지하세월이다. 그래서 일단은 각 당에서 진행되는 개혁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쪼록 각 당은 모처럼 돋기 시작한 정치발전의 싹을 잘 키워내야 한다. 자칫 사소한 잘못이라도 우리 정치 시계를 즉각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미묘한 상황인 만큼 각 당 지도부와 심사위원은 물론 공천 희망자와 경선 유권자 등 관계자 모두가 사명감을 갖고 심사에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4월 15일 총선에서 유권자들도 보다 즐거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