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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2월 9일 국회] "국민 뜻 외면" 각계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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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은 정부가 제출한 '이라크 파병안' 본회의처리 불발을 주도했다. 보는 사람은 여당인지 야당인지 헷갈렸지만 파병 반대론자가 많은 열린우리당은 반색했다. 한나라당엔 화색이, 민주당엔 희색이 돌았다. 요지경 대한민국 국회다.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구속된 지 12일 만에 석방됐다. FTA와 파병 동의안 처리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끼워넣기로 처리됐다. 국익이 걸린 사안들이 몇달째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격 처리됐다.

徐전대표 석방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은 지난 7일 31명의 의원 서명을 받아 석방결의안을 국회에 낸 박종희 의원 등이었다. 결의안 처리에는 같은 당 지도부조차 부정적이었다. 9일 오전 상임운영위원 회의에서 최병렬 대표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朴의원과 김용학 의원 등 徐전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독자적으로 본회의 상정을 밀어붙였다.

결국 석방결의안은 표결 끝에 투표에 참가한 2백20명 의원 중 찬성 1백58명이라는 압도적 표 차로 가결됐다. 석방결의안이 무산될 것을 감안해 구속적부심 신청을 해놓고 있던 徐전대표 측은 반색했다. 한나라당은 전반적으로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崔대표와 洪총무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난처하다는 표정이다. 당내에선 "사실상 서청원계 의원들의 쿠데타"라며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치 않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야합적 공조"(김부겸 원내 부대표)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도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감옥에 간 사람을 빼내자고 석방결의안을 처리하고 청문회를 열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검찰은 이날 밤 徐의원을 석방했다. 형사소송법 101조는 헌법 44조에 의해 구속된 국회의원에 대한 석방 요구가 있으면 당연히 구속영장의 집행이 정지되며 석방요구 통지를 받은 검찰총장은 즉시 석방을 지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강한 유감의 뜻을 보였다.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한발 더 나가 "국회 회기가 끝나면 바로 徐의원을 강제 구인해 재수감하겠다"고 강조했다. 변협도 "국회가 아직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는 비난 성명을 냈다.

박승희.문병주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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