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7일 오후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을 김포공항 귀빈 라운지에서 TV로 지켜봤다. 국민성공대장정 울산대회(울산시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러 가던 중이었다. 이 후보는 굳은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다 간간이 수행비서로부터 휴대전화기를 건네받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했다.
고민 끝에 이 후보가 보인 반응은 강경했다. 그는 오후 4시30분쯤 울산 종합체육관에 도착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은 어떤 이유로도 역사의 순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역사를 한참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국민 앞으로 다가가겠다"며 "이 전 총재도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순리에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 번복을 촉구한 셈이다.
이 후보는 오전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필승결의대회 때만 해도 이회창 후보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어느 누구도 한나라당을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6시50분쯤에는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11동 이회창 후보의 집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9층 집 앞까지 가 초인종을 누른 이 후보 일행은 대답이 없자 1층 수위실로 내려와 30여 분을 더 기다렸다. 결국 인터폰을 통해 집안일을 돕는 여성만 있다는 사실을 안 이 후보는 직접 쓴 메모를 현관 문틈에 꽂아두고 소득 없이 돌아섰다. 메모는 "존경하는 이회창 총재님, 며칠째 만나뵙고 말씀드리려고 백방 노력했으나 못 만나게 돼 몇 자 적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여겨지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통화라도 하고 싶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7일 새벽 이명박"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랬던 이 후보의 태도가 공격적으로 바뀐 데 대해 박형준 대변인은 "출마 선언 전까지는 만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선언을 해버린 만큼 그릇된 선택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 후보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회창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이 후보가 준비했던 방송용 멘트는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린 것 같아 안타깝다"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막상 카메라 앞에 서자 "역사의 순리에 반한 것"이라고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후보에 대해 강경책만 고려 중인 것은 아니다. 한 측근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20%를 웃돌 경우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선대위의 고민"이라며 "역시 최선의 해결책은 단일화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직접 나서 이회창 후보를 공격하는 일은 앞으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참석한 울산 대회는 이회창 후보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울산 선대위본부장인 최병국 의원은 "두 번이나 펑크난 타이어를 스페어로 쓰는 법이 어딨느냐"고 주장했다. 서상목 전 의원이 이회창 후보의 출마 명분으로 제시한 '스페어 후보론'을 비난한 것이다.
울산=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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