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영재들 '상하이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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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영어로 술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난달 중국 상하이(上海)의 몇몇 중학교(한국의 고교에 해당)에서 수업 참관을 하고 돌아온 부산의 고교생 대표단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중국 학생들의 실력이 한국보다 나았으며, 수업 분위기도 무척 진지하고 활기찼다는 것이다.

*** 부산 고교생 20명 참관

부산의 고교 1학년 대표 20명이 상하이행 비행기를 탄 것은 지난달 2일. '부산-상하이 교육 우호 교류'프로그램에 따라 부산시교육청이 학교별로 영어를 가장 잘하는 학생 1명씩을 뽑은 것이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의기양양했다. 부산의 '영어 영재' 였던 만큼 "중국 학생보다 낫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열흘 동안 푸단(復旦)중학교 등 세 학교를 찾아 함께 수업을 듣는 사이 이들은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부산 용인고 이민석군은 "외국어고가 아닌 일반 고교인데도 과목에 관계없이 수업의 절반 정도를 선생님이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토론식 아니면 발표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한국과는 크게 비교됐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잠자는 학생이 없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李군은 "부산에서 선발된 자신들보다 오히려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부산사대부고 안병욱군은 "1학년 영어수업 시간에 토플(TOEFL) 문제를 많이 가르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중국 학생들과 대화해 보니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영어실력이 한단계 높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이대로 가면 더 뒤떨어져"

화학 수업을 참관했다는 한 학생은 "한국에서는 고3 때 배우는 화학방정식을 그곳에서는 고1 때 익히고 있었다"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중국 학생들에게 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솔교사였던 정진경(부일외국어고)교사는 "음악 과목도 음악 용어 등을 영어로 가르쳤고, 간단한 대화는 영어로 교사가 말하고 학생들도 영어로 대답했다"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열정도 놀라웠다"고 평했다. 이들이 방문했던 세 학교는 학생 수준면에서 상하이에서 중상급에 속한다. 신입생 절반 정도는 추첨, 나머지는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는 것이다.

정우수 부산시교육청 학교정책과장은 "'낡은'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중국 학생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 교육정책도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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