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증산…" 공세 나선 한국 반도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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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분기까지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만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부가가치가 큰 제품 비중을 높이고, 이미지센서 같은 비메모리 분야 육성에 나섰다.

◆위기의 메모리 업계=7일 대만의 반도체 거래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2 512메가비트(Mb) D램의 현물가격은 최저 1.03달러까지 떨어졌다. 연초에 6.32달러에서 급락해 1달러 선마저 무너질 지경이다. 한국·일본·대만 업체들이 지난해 호황을 바탕으로 일제히 공격 투자에 나선 결과 재고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연말이면 거의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분기에도 17% 이상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니 후발업체들은 생산량이나 설비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대만의 난야·파워칩·프로모스는 3분기에도 나란히 1억 달러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률이 20%를 넘나든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되면 원가 이하의 출혈 판매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산 나선 한국 업체=삼성전자는 지난달 “4분기에도 D램 공급을 25% 정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60나노 D램 공정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면서 대만 경쟁사보다 30~40% 싼 값에 D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 반도체총괄 부문은 3분기에 9200억원의 이익을 냈다. 메릴린치는 “메모리 부문만 따지면 삼성의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주우식 IR팀장은 “D램 값이 더 떨어져도 삼성전자는 비교적 값이 비싼 그래픽·모바일용 제품 비중이 커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도 내년부터 가동하는 충북 청주 라인에서 낸드플래시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13년 만에 해외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서 이스라엘의 이미지센서 개발업체 트랜스칩을 최근 인수했다. 하이닉스도 이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주는 장치로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등에 쓰인다. 올해 비메모리 시장은 1800억 달러로 메모리 시장의 두 배 이상이다.

김영준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비메모리 제품 가운데 기존 반도체 라인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이미지센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익선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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