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유로화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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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주말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 이후 처음 열린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예상대로 유로에 대해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또 G7이 성명서에서 외환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한 부분은 중국.한국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 절상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6일보다 1.8원 내린 1천1백66.30원에 마감됐다.

달러당 8.27위안으로 사실상 고정된 중국 위안화 선물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날 홍콩 외환시장에서 1년 만기 불인도 위안화 선물은 장중 한때 지난 주말보다 5백50포인트 오른 4,250까지 치솟았다.

위안화 선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 정부가 다음달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차이나 비즈니스 포스트(財經時報)의 보도였지만 아시아에 대한 통화절상 압력으로 해석된 G7의 성명서도 영향을 미쳤다. 이 신문은 "중국 정부가 다음달 달러화에 8.27위안으로 고정된 위안화 환율을 7.887위안까지 5% 평가절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까지 위안화 상승폭을 1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9일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이 없다며 이 보도를 공식 부인했으나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 도쿄사무소의 외환전문가인 제이크 무어는 "G7의 성명서는 외환시장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며 "G7 이후 유럽 장관들은 마치 자신들이 승리한 것처럼 장황하게 떠들어댔지만 시장은 경제 펀더멘틀(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당장 올릴 것 같지 않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약세이기 때문에 달러는 다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전문가들은 G7의 이번 성명서 내용이 달러 약세를 이끌었던 지난해 9월 두바이 회담 당시의 성명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하며,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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