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製감옥 내부엔 핏자국 낭자-영광 범인들 아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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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존파」의 엽기적인 범행이 저질러진 현장은 전남영광군불갑면금계리 회산부락내 비포장도로변 두목 김기환의 단층 가옥 지하실이었다. 범인들의 아지트는 동네에서 2백m가량 떨어진 야산자락에 기와지붕을 인 두채의 토담집이 나란히 붙어있는 외진곳.지난해 7월「지존파」를 결성한 두목 김은 당시 홀어머니 최모씨를『집을 새로 지어주겠다』며 이웃마을에 단칸방을 빌려 내보낸뒤 지난 5월 범죄아지트로 개조했다.
주로 건축공사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4개월동안 손수 만든슬라브 건물은 대지 1백17평.건평 38평의 역(逆)기역자 형태로 철제 대문에서부터 완전범죄를 꿈꾼「치밀한 설계」로 지어졌다. 한적한 시골인데도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기위해 본채와 20여m 떨어진 대문에 전력검침기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수신호용 초인종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터폰을 별도로 설치해놨으며 3개의 방과 지하실을 인터폰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들이 납치범행에 이용한 포터트럭과 르망승용차의 차고겸용으로쓰인 창고에는 용접용 산소통 두개와 절단기.각종 공구,그리고 살해당한 소윤오씨의 그랜저승용차가 거의 해체된채 놓여있었다.이들의 잔혹성과 치밀함은 지하 아지트로 통하는 창 고 한쪽 구석의 철판 뚜껑을 열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목제계단을 내려서면오른쪽에 둔중한 철문이 설치돼 있고 이 문을 열면 1m간격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치 경찰서 유치장처럼 쇠창살로 막은 납치자들의 감금장소가 있다.끔찍한 공포 속에 무참히 살해당한 蘇씨부부의 원혼을 말해주듯 쇠창살 안쪽 콘크리트 침상 곳곳에는 핏자국이 낭자하고 키가 닿지않는 2m높이의 벽면에도 피가 뿌려져있었다. 범인들은 이곳에서 蘇씨 부부를 공기총과 둔기로 살해한뒤 토막내 지하 사체소각장에서 화장시켰다.
지하계단에서 정면을 향해 또 다른 철제문이 설치된 2평 남짓한「소각장」은 집 뒤편 지상에 있는 대형 환풍기와 연소통이 연결돼 있어 주민들은 이곳에서 이같은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지고 있는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靈光=具斗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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