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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건강진단은 했는데 … 결과 어떻게 해석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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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건강진단 시즌이다. 판정 결과표에서 ‘정상 범위 초과’ ‘양성’이란 단어가 눈에 띄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그러나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멀쩡한데도 비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빌리루빈 수치(황달지수)는 속이 빈 상태에서 재면 조금 올라간다. 이 수치가 높다고 “내 간에 문제가 있다”며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위염 진단을 받는 사람도 많지만 증상이 없으면 별 문제가 없다. 최근 건강진단을 받은 회사원 장모(47)씨의 사례를 통해 건진 결과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소개한다.

◆신체 계측=체질량 지수(BMI)와 혈압이 중요하다. 장씨는 비만이다. 또 고혈압 위험집단에 속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요즘은 혈압을 120/8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며 “이보다 혈압이 높으면 금연·체중 감량 등 혈압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화학검사=간 기능·혈중 지방·혈당에 주목하자. GOT·GPT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면 간기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 과다한 음주나 지방간이 원인이기 쉽다. 과음이 원인이라면 감마 GTP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 혈중 지방 농도에선 총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보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통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의미가 있다.

LDL 수치가 180 이상이면 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200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공복 시 혈당은 당뇨병 진단의 기준이다. 당뇨병 전 단계(공복 혈당 100∼125) 판정이 나왔다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

◆대·소변 검사=소변검사에선 혈뇨(적혈구 검출)가 있는지 살핀다. 남성(특히 고령)에서 혈뇨가 있으면 방광암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검이 요구된다. 여성의 혈뇨는 생리나 방광염·신장염 등이 원인이기 쉽다. 대항병원 이두한 대표원장은 “대변 잠혈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 치질·대장 용종·대장암이 원인일 수 있다”며 “대장 내시경이나 S결장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면역혈청검사=류머티스 인자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겁 먹지는 말자. 이 수치는 간 질환·우울증·건강한 노인에게서도 높게 나온다. 관절이 아프거나 붓지 않으면 괜찮다.

매독·에이즈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내려졌어도 재검을 해봐야 최종 진단이 가능하다.

◆종양 표지자 검사=AFP(간암)·CEA(대장암)·PSA(남성의 전립선암)·CA 19-9(췌장암) 검사는 암의 조기 발견이 목적이다. 그러나 검사 결과가 정상치를 초과했다고 해서 바로 암은 아니다. 이들 중 실제 암 환자로 진단되는 사람은 1%도 안된다. 참고용이다.

◆심전도 검사=‘우각차단’이란 소견이 많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황환식 교수는 “심전도의 우각차단은 오른쪽 심장이 느리게 뛴다는 의미며, 건강한 사람에서도 흔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반대로 좌각차단은 심장병이 동반되는 경우가 잦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서맥 판정도 간혹 나온다. 맥박이 분당 60회 이하로 뛰는 것. 이때도 어지럽거나 가슴이 덜컹거리는 증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별 이상이 아니기 쉽다.

◆위내시경 검사=‘위축성 위염’이란 소견이 흔하다. 위점막이 얇아졌다는 뜻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노화와 관련이 있다.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1~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 보자.

장형화생(腸形化生)이란 소견도 있다. 위 세포가 장 세포처럼 변하는 것이다. 표재성 위염→위축성 위염→장형화생으로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작용한다는 가설이 있다. 이때도 1~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복부 초음파 검사=간·신장·췌장 등 세 기관을 주로 보는 검사다. 여기선 지방간이 흔히 나타난다.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유상호 교수는 “지방간은 각종 성인병의 주범인 내장지방”이며 “지방간은 체중 감량을 서두르라는 명령”이라고 조언했다.

신장의 낭종(물혹)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단 진짜 종양처럼 보이면 매년 초음파 검사를 받아 크기 변화를 점검한다. 췌장의 상태는 복부 초음파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췌장암이 걱정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복부 CT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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