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 지원 美선택 일임-윤곽 드러나는 북한 核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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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 문제를 주로 논의한 베를린 北-美전문가회의 북한측 대표 김정우(金正宇)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회담내용과 북한의 입장을 상세히 공개하고 韓美가 서울에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경수로 문제에 대한 韓美와 북한의 입장이 명백히 드러났다.
경수로 형태를 선택하기 위한 논쟁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金은 경수로 선택의 기준으로 안정성과 수출실적,검증된 성능을 제시하고 이같은 기준에 맞는 경수로는 독일의 지멘스사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수로 비용에 대해서도 北은 일단 미국의 책임하에 경수로가 북한에 제공되는 시점에서 정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다만 경수로는 현재 북한이 건설중인 흑연 감속로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되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북한이 흑연형 원자로 건설에 투입한 비용은 공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가 밝힌 입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경수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건설하고 있는 흑연형 원자로를 서방이 핵개발 의도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므로 그같은 의도를 불식하기위해 이미 건설중인 흑연형 원자로를 포기하는 대가라는 것이다.
북한은 또 흑연형 원자로가 준공되는 시점은 오는 96년 전후로 잡고 있는데 경수로는 건설 기간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므로 두 시점의 차이동안 북한이 겪어야할 에너지 부족도 서방이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는 한가지 허점이 있다.그것은 북한이 요구하는 경수로는 약 2천㎿에 달하는데 북한이 포기할 흑연로는 2백㎿와 50㎿ 2기로 8배나 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북한핵 문제를 남북한 관계의 전체적인 틀안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관계를 개선해 민족문제 해결의 계기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그 과정에서 경수로건설은 남북한 관계를 불가피하게 진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국형 경수로가 채택될 경우 연인원 수십만명의 건설기술 인력이 북한에 오감으로써 자연스럽게 남북한간 인적교류가 이뤄질 수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갈루치 美국무부 북한핵담당대사는 지난 14일 도쿄(東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일이 한국형으로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핵문제 해결과 남북한 관계 진전중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할 상황에 처하게 되면 핵문제 해결을 우선할 가능성은전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경수로가 한국형으로 결정될 지 여부는 미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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