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모르면 임원될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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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우건설 임원 116명은 지난달 2박3일 동안 그룹 연수원에서 합숙하며 ‘재무관리능력’ 교육을 받았다. 지원에서 영업·홍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임원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교육받기 전 두 달 동안 회계학을 인터넷 강좌로 공부했다. 연수원에선 이에 대한 시험도 치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임원들이 딱딱한 수치와 씨름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
 회계 교육은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재무제표를 모르면 임원이 될 자격이 없다”며 회계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스스로 매출액이나 자산 구성에 관한 주요 수치는 기억해 보고받을 때도 숫자를 챙긴다.

이 때문에 계열사 임원들은 재무 교육을 철저히 받는 편이다. 그룹 관계자는 “임원 승진자들은 9박10일간, 기존 임원들은 3박4일간 연초에 회계 교육을 받아 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된 대우건설 임원들은 이번에 뒤늦게 재무제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박 회장이 재무제표에 신경을 쓰는 건 재무나 경영전략 담당이 아니라도 매출과 수익 등 계수를 통해 회사와 경영 전반을 보는 눈을 갖자는 취지다. 전 계열사 임원들이 재무제표를 공부하면서 그룹의 공통 목표를 공유하는 효과도 크다는 생각이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재무제표를 세분화해 계열사의 경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가령 재무제표 항목 중 경상수익을 네 가지로 분류해 영업을 잘해 번 돈인지, 아니면 자산을 팔아 들어온 돈인지 금세 알 수 있게 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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